범죄와의 전쟁(2012) - 한국사회의 생존방식에 대한 영화의 비아냥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은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실제 90년대 노태우 정부에 실시되었던 범죄와의 전쟁 시절이 배경인 데다가,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와 비스티 보이즈로 주목받은 윤종빈, 거기다 주연은 무려 하정우와 최민식이니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개봉 후, 영화는 이러한 기대치를 충분히 반영하며,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는 건 물론,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2012년 전반기 가장 성공한 한국영화가 바로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사실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범죄와의 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느와르물이 아닐까하는 것이었지만, 영화는 예상과는 달리 블랙코미디에 가까웠다. 원래 윤종빈 감독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애초에 느와르물일리가 없건만, 처음 범죄와의 전쟁을 볼 때,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봤기에 이런 착각을 한 것이다.

비리 공무원 최익현(최민식)은 우연히 마약을 손에 넣게 되고, 이것을 팔기 위해 최형배(하정우)와 접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서로가 먼 친척관계인 것을 알게 되고, 협력관계를 구축, 뒷세계에서 세를 늘려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영화는 당시, 그리고 현재의 한국 사회를 강하게 풍자하고 있다. 사실 최민식과 하정우가 공동주연을 맡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이 영화에서 주인공에 가까운 건 최민식이 연기한 최익현이다. 하정우가 연기한 최형배가 무력을 상징한다면, 최민식이 연기한 최익현은 허세와 인맥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 최익현은 숱한 위기 상황을 허세와 인맥으로 헤쳐나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익현이 정말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한국 사회에서 흔하게 볼법한 속물근성을 가진 사내이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이번 영화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대배우답게 전형적인 속물 그 자체를 완벽하게 묘사해냈다.

최익현은 가족을 아끼지만 없는 형편에도 가족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고, 끊임없이 인맥을 만들어서 자신의 사업을 꾸려나간다. 그가 세를 불려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능력은 중요치 않았다. 뒷세계에서도 인맥만큼 강한 능력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최익현이 하고 있는 건 범죄지만, 그가 사용하는 수단이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 친숙하기에, 그가 정말 나쁜 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윤종빈 감독은 실제로 아버지 세대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최익현은 당대의 남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맥과 허세는 진짜 나쁜 놈을 이겼다. 영화는 중반부에서부터 사이가 틀어진 최형배와 최익현의 갈등을 부각시키는데, 결국 마지막에 승리를 거둔 건, 최익현이었다.

 

결국 최익현은 그 뒤로도 승승장구하여 2012년 2월 검사 아들을 둔 부자가 된다. 돈은 물론, 아들까지 검사로 만들어 인맥까지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그렇게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최익현에게 누군가 다가와 '대부님'이라고 부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마지막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성공하시니 행복하십니까?'라는 영화의 비아냥으로 느껴졌다. 현재 최익현과 동년배인 사람들은 이미 은퇴하여 노년을 보내고 있는 세대다. 그러나 이들이 살아남은 방식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유효하다. 결국 마지막 대사는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과 그렇게 살아갈 사람들 모두에게 보내는 영화의 비웃음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