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백야행 1
                   10점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백야행.

이 작품의 경우 일본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고 한국에서도 손예진, 고수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기에 한국 사람들에게도 그리 낯선 작품은 아니다. 

사실 장르가 추리소설로 분류되어있긴 하지만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커플의 안타까운 로맨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소설이다.
 
물론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백야행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었다 느끼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았을 거다.
 
실제로도 이 작품에서 첫번째 살인사건을 제외하고는 사건의 트릭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다. 그리고 첫번째 살인사건조차도 진실이 밝혀질 때 그다지 충격이 크지 않다. 독자의 뇌리에 남는 건 진실이 아닌 사건의 동기다.
(그리고 사실 사건 자체의 트릭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즉, 백야행이란 작품을 읽는 동안 독자는 사건 자체의 매력보다는 료지와 유키코라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하얀 어둠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 소설의 독특한 구성은 이러한 느낌을 더욱 강하게 해준다. 이 소설에서는 단 한 번도 료지와 유키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각 장의 주요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류지와 유키코를 바라볼 뿐이다. 료지와 유키코의 직접적인 심리묘사는 이 책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이나 독자는 저들의 진실한 내면까지는 알 수가 없다. 19년간 이들을 추적해온 사사가키는 결국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지만 그들의 내면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추측만을 할 뿐.  
 
그래서 많은 것이 생략된 엔딩은 역설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유키코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운을 남긴다. 작품 중에 그들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다가 최후의 순간에 단 한 번 마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 유키코는 그를 부정한다. 그 순간마저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확실히 명성에 걸맞게 재밌는 작품이었다. 3권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 그 이상의 느낌이 있는 작품이었다. 

하얀 어둠 속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책을 덮은 이후에도 그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