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2012) - 마무리가 아쉬운 21세기판 백설공주

 

  2012년 5월, 특이하게도 백설공주를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다. 하나는 백설공주고 또 다른 하나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인데, 이 두편의 영화는 똑같이 백설공주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 아직 직접 보진 못했지만,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헐리우드식의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지향한 반면, 백설공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작을 중시한 건지, 동화 같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옷은 비현실적이면서도 화려하며, 영화에서 나타나는 백설공주의 세계관은 그야말로 동화를 영화로 옮긴 듯, 아기자기한 느낌을 안겨준다. 또한, 사랑의 약과 같은 동화적 소재들과 영화 내내 보이는 흰 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위트는 동화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졌는데, 이는 백설공주 특유의 동화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백설공주의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초반부부터 몇가지 요소를 비틀어놓고 있다. 일곱 난쟁이는 단순히 숲 속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 도적으로 등장하고, 왕자는 이야기 초반부에 등장해 일곱 난쟁이에게 굴욕을 당한다. 그리고 왕비는 도움을 청하러 온 왕자를 보고 결혼하고자 마음 먹는다. 그러나 왕자는 이미 백설공주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왕비는 드디어 백설공주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왕비는 악당이긴 하지만 줄곧 엉뚱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코믹씬은 대다수 왕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만들어질 정도로, 이 영화의 웃음포인트가 왕비에게 맞춰져 있는데, 그로 인해 왕비는 악역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 부분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지향하는 영화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이렇듯 원작과 달라진 요소들은 이야기 중반부에 들어와 이야기의 전개과정 자체를 완전하게 바꾸어 놓는다. 왕비로 인해 죽을 뻔하다가 간신히 탈출한 백설공주가 일곱 난쟁이를 만나게 되는 것까지는 원작과 동일하다. 그러나 일곱 난쟁이는 왕비의 폭정으로 도적이 된 인물들이었고, 백설공주는 이야기 초반 가난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본 후, 자신의 왕국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이 지점에서 원작과는 달리 백설공주는 왕비에게 저항하기 위해 일곱 난쟁이들에게 각종 무술을 배우게 된다. 원작의 백설공주가 단지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면, 영화에서는 백설공주를 좀 더 능동적인 캐릭터로 바꾼 셈인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꽤나 참신한 발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후의 전개는 이야기 중반부까지의 참신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후반부에는 사랑의 약 때문에 왕비를 사랑하게 된 왕자를 제정신으로 돌려놓기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문제는 이 부분에 너무 많은 힘을 쏟다보니 다른 이야기가 전부 죽어버렸다는 점이다. 1시간 40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사라진 아버지를 찾고, 왕자를 제정신으로 돌리고, 왕비까지 무찔러야하는데, 왕자를 제정신으로 돌리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다보니 다른 부분들은 너무 급하게 처리되어버렸다.

 

  서사가 무너지니 캐릭터 역시 무너져버렸다. 애써 능동적으로 만들어 놓은 백설공주는 사랑 앞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말 한마디에 설득되어서 왕자를 구하러 가고, 왕자를 찾은 후에 왕비와 싸우게 되자, 갑자기 이건 '나의 싸움'이라며 혼자서 싸우기 위해 나선다. 중반부까지 잘 형성되었던 백설공주의 캐릭터가 후반부에 다소 이해하기 힘든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동화적인 구성과 원작을 비틀은 스토리 라인, 그리고 영화 전체에 흐르는 위트로 인해 기대 이상의 재미를 안겨주긴 했지만, 부실한 후반부 전개로 인해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을 남긴 것 같다. 

 

p.s

  이 영화의 압권은 단연 라스트 씬에서 등장한 백설공주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 그야말로 발리우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노래였는데, 덕분에 영화 마지막에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며 멘탈이 붕괴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봤고, 결말도 해피엔딩이라 '영화 한 편 잘 봤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요상한 동작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정말 당황했다. 도대체 마지막에 뮤지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씬은 왜 넣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