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바람의 화원 1
                          10점         

책으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문근영, 박신양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많은 화제를 모았던 '바람의 화원.'

뭐 시청률 면에서는 기대보다는 떨어졌지만 나름 선전했고 드라마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라 그 이름은 이제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는 이름이 되었다.

지금은 만화책으로도 나오고 있고.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정명 작가의 전작 뿌리 깊은 나무를 읽으며 실망을 많이 했던 지라 맨 처음 바람의 화원이 나왔을 때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소재가 김홍도와 신윤복이라는 것에 살짝 끌리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읽을 마음이 별로 안 들었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도 정말 재밌다고 추천을 많이 해주고 드라마로도 많은 호평을 받았기에 이번에는 조금 다른가라는 생각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영챔프에서 만화로 연재되기 시작한 바람의 화원을 보게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이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정말 괜찮은 걸작 만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처음과는 달리 바람의 화원의 대한 기대가 높아져가고 있었는데 6월 말인가 7월 초쯤 진중문고가 들어왔는데 그 사이에 바람의 화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 책이나 읽어봐야겠다하고 읽어봤는데...왠 걸? 뿌리 깊은 나무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정말 너무 재밌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계속 읽어나갔던 것 같다.

뿌리 깊은 나무의 전개나 사건해결과정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다면 바람의 화원의 경우 여러 소재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두 갈래나 됨에도 불구 막힘없이 매끄럽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몇 십 년 전 의문의 살인 사건, 그리고 신윤복 집안의 내력,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대결 등 이 책은 딱 한가지만 다뤄도 흥미로운 소재를 잘 뭉뜽그려내었다.

또 중간중간 나오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에 대해 작품 속에서 나오는 설명을 읽으며 이런 식으로도 그림을 해석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사제관계에서 시작된 김홍도와 신윤복의 관계가 점차 라이벌이자 묘한 관계로 발전되어가는 것도 흥미로웠고 같은 소재임에도 불구, 큰 차이를 보이는 둘의 그림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무엇보다도 결정타였던 건 신윤복의 정체(?)

뭐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만약 모르고 읽었다면 꽤나 큰 반전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걸 다 떠나서 신윤복의 그림을 통해 이런 식으로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는 단순히 반전을 넘어서 뭔가 애절함을 더 해줬다고나 할까.

마지막에 김홍도가 신윤복을 회상하며 읊조리는 말이 참 가슴시리게 다가왔다. 자신을 넘어선 단 한명의 천재이자 진심으로 사랑한 단 한 명의 사람, 바람의 화원, 신윤복.

언젠가부터 역사팩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많은 책이 나왔고 그 중에서 여러 책을 읽어봤는데 백탑파 시리즈를 제외하고 이렇게까지 나를 만족시켜준 책은 바람의 화원이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역사팩션이 '우리나라 만세'라는 식의 내용을 전개하는데 반해 이 책은 여러 사료와 상상력을 동원해 단순히 '우리나라 만세'에 그치지 않는 독창적인 팩션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순히 소재와 상상력에 그치지 않고 매끄러운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서.

뿌리 깊은 나무로 날 실망시킨 작가가 이렇게까지 내게 만족감을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다음 작품도 이 정도 작품으로 내어준다면 이정명 작가의 완전한 팬이 될 것 같다. 지금도 이미 뿌리 깊은 나무에서의 손실을 만회한 것으로 모자라 거의 팬 수준이지만.

 
p.s 원래 드라마를 잘 안 보는지라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로 하고 있을 때도 안 봤었는데
     이 책을 읽고난 후 부쩍 드라마가 보고 싶어졌다.
     물론 전역 후의 이야기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