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부

                              
                               미스터 부 1
                             10점

내가 만화책을 본격적으로 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그 때 처음으로 동네에 만화책 대여점이라는게 생겼는데 당시에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지만 만화책을 사서본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 때는 만화책 파는 걸 본 적조차 없었으니까; 

어쨌거나 처음에는 동네 대여점을 통해 만화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맨처음 읽은 건 까꿍과 도라에몽이었고 이후 초등학교 3년간은 정말 만화에 푹 빠져 살았던 것 같다.

미스터 부는 내가 만화를 보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접한 만화 중 하나인데 사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웃기지는 않았다. 몇몇 장면이 웃기긴 했는데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그런지 미스터부의 개그코드 같은 게 나랑은 영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2년 정도 흘러 어지간히 유명한 만화책을 다 섭렸했을 무렵에 뭘 볼까 생각하다 문득 이 책이 떠오랐다. 12권짜리면 그렇게 부담되는 분량도 아니니 한 번 완결이나 봐볼까라는 심정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정말 미친 듯이 웃긴 게 아닌가;

특히 1권에서 어릴 때는 이거 너무 엽기적인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콧구멍에 주먹 집어넣기에서 그야말로 쓰러졌다;

이후 드래곤볼 패러디라던가, 에라자빠져, 전군게리온 등의 소재들을 이용하여 미스터부는 그야말로 코믹만화란 건 무엇이란 걸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무슨 학교 에피소드에서는 어린 나로서는 뭔가 심오하게 느껴지는 말들도 많이 나왔고(...)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 병맛의 선두주자가 아니었나 싶다. 보다보면 지금도 통할 만한 병맛스러운 전개가 가득하다;;;

예전에 동네의 대여점이 망했을 때 살 거 있나 싶어서 갔다가 구입한 이후로 지금도 가끔가다 생각나면 한 번씩 보는데 지금도 볼 때마다 꽤나 웃긴다. 다만 갑자기 급진지해지는 11,12권은 볼 때마다 생각이 바뀌기는 하지만 언제나 드는 생각은 조금 무리수였다는 거다.

미스터부 자체가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봐도 초반부와 마지막 두권은 괴리감이 너무 커서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야 그냥 미친듯이 웃긴 만화책이었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한국코믹만화 중에서도 인정받는 걸작 만화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이 때까지만 해도 만화책이 어느 정도 팔릴 때라 판매량도 괜찮았던 모양이다. 후속작인 미스터부2에서 전군의 설정이 처음 그린 만화가 히트쳐서 돈 좀 만졌다가 알거지된 컨셉인 걸 보면;

3년동안 백만부 가까이 팔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 때까지만 해도 전상영 만화가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이후의 행보는 나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아서 미스터부2를 제외하면 초반만 조금 보다가 전부 중도포기했다.

전상영 만화가의 이후 작품들은 미스터부 초반의 분위기보다는 후반의 분위기를 살려서 나름대로 독창적인 색깔을 가지게 되는데 이 부분이 내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지금은 다음에서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주소는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mrboo

전상영 만화가는 웹툰도 여러차례 연재한 적이 있는데 만약 미스터부 때의 분위기로 웹툰을 연재했다면 지금쯤 웹툰계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