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묵향 1
                        6점

한국에 장르문학사를 논할 때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묵향이다.

95년 쯤 연재를 시작한 이래 2011년 현재까지 완결이 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작품으로 오랜 연재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나오기만 하면 몇만부 정도의 판매량은 가볍게 찍어주는 건 물론, 관심이 없다는 각종 장르문학 커뮤니티에서도 소식이 들려오는 작품.

아마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지만 이 정도면 100만부 정도는 찍지 않았겠냐는 소리도 들리는 게 바로 묵향이다.

묵향의 첫 등장은 파격적이었다.

한국의 무협은 크게 구무협과 신무협으로 나누는데 묵향은 신무협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혁명적일 정도의 주인공을 내세웠다. 마교 소속에다가 성격까지 더러운, 그러나 어떠한 기연에 의존한다기보다는 순수하게 무를 추구하는 인물, 기존 무협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묵향이라는 인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거기에다 화경이나 현경 등으로 무공의 경지를 나누고 주인공이 검기나 검강을 다발로 쏟아내며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묵향에 열광하게 했다.

지금까지도 장르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묵향이란 이름은 알고 있을 정도니 초창기 묵향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지금 읽어봐도 1~4권은 정말 재밌고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준다.

그러나 묵향의 인기를 더욱 드높인 건 바로 외전 다크 레이디였다. 지금이야 무협의 인물이 판타지로 넘어가는 차원이동물은 뻔하디 뻔해 삼류 스토리 정도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는 묵향이 최초였다.

덕분에 묵향은 사이케델리아와 더불어 2세대 판타지의 대다수가 차원이동물이 되게 만든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다크 레이디에서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 등의 개념을 제시하고소드 마스터란 개념 자체는 카르세아린이 최초였다당시 장르문학에서는, 아니 요즘 장르문학에서도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여러 국가들의 복잡한 국가관계를 이런 쪽에 문외한인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며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거기에 후에 작가 스스로가 FSS에서 도용한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타이탄이라는 로봇까지 도입한 시도는 여러모로 묵향을 다른 장르문학과는 차별되는 작품으로 인식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묵향의 영광은 빠르면 7권, 늦게는 12권을 기점으로 해서 꺽이기 시작한다.

묵향은 7권까지 인터넷에서 연재하다 8권부터 바로 출판하는 식으로 바꾸었는데 원래 전동조 작가는 이야기의 수정을 굉장히 많이 하는 타입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7권까지는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보완했지만 8권에서부터는 바로바로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이러한 부분이 사라졌다.

거기다 가면 갈수록 이야기 자체보다는 묵향이나 아르티어스와 같은 인물들의 캐릭터성에 의존하는 전개가 많아지면서 처음 묵향에 열광하던 팬층이 차차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거기에 15권에서 다크 레이디 편의 허무한 결말, 16권에서 일본으로 가서 펼쳐진 어이없는 전개들대필 의혹마저 받았다은 압도적이었던 대중적 인기마저 잃게 만든다.

16권에서의 실패로 인해 1년 6개월여만에 나온 17권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던 15,16권에 비해서 한결 나아진 전개를 보여주긴 하지만 이미 묵향의 인기는 꺽여버린 상태였다. 물론 지금도 왠만한 장르문학보다 높은 판매량을 올리긴 하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묵향 1부는 명작~수작 정도, 다크레이디 편은 초창기 수작, 후반부 망작(...), 묵향의 귀환 편은 평작 정도의 평을 받는 걸로 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비난이 시작되었던 다크레이디 편까지만 하더라도 재밌게 봤지만 묵향의 귀환 편은 확실히 예전만큼은 끌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15,16권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던 이미지가 '비뢰도는 끝이 안 보이는데, 묵향은 그래도 끝나가는게 보인다며' 약간이나마 회복되긴 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비하면 관심을 못받고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이 완결되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묵향 관련 이야기가 쏟아져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전성기 때는 그야말로 대단한 인기를 자랑하던 작품이었고 현재 묵향과 비뢰도가 몇 권에서 완결날까는 한국 장르문학계의 큰 떡밥인지라;


p.s 여담으로 원래 묵향과 비뢰도의 출판사였는데 관리를 어찌했는지
      묵향은 스카이미디어로, 비뢰도는 청어람으로 출판사를 바꿨다;
      출판사의 큰 작품 두개를 잃은 명상은 이후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 도폭공룡 2011.11.25 22:33 ADDR 수정/삭제 답글

    구무협과 신무협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실 신무협이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 건 90년대였지요. 그 때는 물론 80년대 이전의 무협들과 90년대 무협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표현이었고, 그 때 신무협의 기수는 용대운, 좌백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90년대 무협들도 구무협이라고 불리고, 묵향 이후의 인터넷 연재기반 소설들이 신무협이라고 불린단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구무협(80년대 이전), 신무협(90년대~이천년대 초반), 캐쥬얼 무협(이천년대 중반 이후) 정도로 나누긴 하지만, 분명히 무협에 또 하나의 새로운 경향이 생긴거겠죠. ㅎㅎ

    • 성외래객 2011.11.25 23:10 신고 수정/삭제

      도폭공룡 님의 말이 맞습니다. 실질적으로 신무협이 시작된 건 90년대 초중반으로 좌백이나 용대운 같은 작가들이 주목을 받았던 시대죠. 그리고 묵향과 비뢰도는 그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나온 작품 중 가장 크게 히트한 작품이었고요.

      저도 도폭공룡 님이 나누는 무협의 기준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보통 같이 신무협이라고 묶어서 부르기는 하지만 90년대의 신무협과 지금이 신무협은 경향이 많이 다르긴 하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