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가족


강형규라는 만화가를 처음 알게 된건 06년 쯤 영챔프에 연재되기 시작한 장화림을 통해서였다.

장화림은 스토리나 구성 쪽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강력한 연출이나 과격한 스토리 전개 등 작품에서 풍기는 기운은 강형규라는 이름을 내 머리 속에 확실히 각인시켜주었다.

그리고 08년 경, 연재되기 시작한 두번째 작품 라모스카는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기대를 하며 봤지만 09년 내가 군대를 가게되면서 완결까지 지켜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가볍게 볼만한 웹툰을 찾던 중 무채색 가족이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다. 1화를 보고 이 정도면 코믹만화로 괜찮네 싶어서 작가의 이름을 살폈는데 그게 바로 강형규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던게 기존의 강형규 만화가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이 만화가가 그리는 세계가 굉장히 우울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본격 꿈도 희망도 없는 만화

그러던 만화가가 코믹만화를, 그것도 그저그런 코믹만화가 아니라 한방씩 터뜨려주는 수준급의 개그를 보여주니 솔직히 좀 놀랐다;;

처음에는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그 생각은 1~2회를 보고 안드로메다로.

더군다나 코믹만화라는 것조차 사실은 페이크(...)

무채색 가족. 아무런 색깔이 없는 가족. 즉, 무언가가 결여되어있다는 뜻이다.

작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코믹한 분위기로 인해 초반부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민희의 가족은 무언가가 결여되어있는 가족이다.

가장으로서의,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족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조강병, 어린 시절 철없는 결혼으로 고생고생하다 이혼을 한 엄지미, 정신적으로 어긋나보이는 조강신,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잇는 민희.

무채색 가족은 가족애에 대해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후반부 지미와 민희의 재회씬에서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는데 이 때 눈물 쏙 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최근 웹툰의 경향을 봤을 때 16화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무채색 가족은 그 짧은 분량 안에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만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강형규 만화가에 대한 기존의 평가가 많아 바뀌었다. 예전에는 괜찮은 만화가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만화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