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극장판 6기:베이커가의 망령(2002) - 시리즈 역사상 가장 신선한 도전

 

  지금이야 연례행사처럼 국내에서도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최신작을 접할 수 있지만, 사실 명탐정 코난 극장판이 국내에서 처음 개봉한 건, 2000년대 후반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완벽하게 이루어졌기에, 극장판 초기 작품들이 극장에 걸릴 수조차 없었기 때문인데,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경우 이런저런 문제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로도 몇년이 지나고서야 국내에서 개봉하게 된다. 이 때, 한국 측에서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이 국내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일종의 테스트 성격으로 기존 작품들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한 작품을 가져와 소규모로 개봉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명탐정 코난 극장판 6기:베이커가의 망령이다. 베이커가의 망령은 소규모 개봉임을 감안할 때,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이후 명탐정 코난 극장판이 국내에 꾸준하게 개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렇듯 베이커가의 망령은 13기 칠흑의 추적자가 기록 갱신을 하기 전까지는, 시리즈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고, 그로 인해 국내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되었는데, 13기 칠흑의 추적자가 흥행과는 별개로 미묘한 평을 받는 것과는 달리, 작품에 대한 평 역시 호평 일색이다.

 

  베이커가의 망령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장판 6기는 셜록 홈즈를 이야기의 주요소재로 삼았다. 자신의 이름을 코난 도일에서 따왔을 정도로 신실한 셜로키언인 코난이 셜록 홈즈와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여기에 더해 베이커가의 망령은 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물론 명탐정 코난은 나름대로 리얼한 세계관 위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에 코난과 셜록 홈즈, 그리고 잭 더 리퍼가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등장한 게 가상현실이라는 장치다. 게임으로 구성된 가상현실의 등장으로 불가능했던 만남이 가능해졌다. 또한, 베이커가의 망령은 가상현실의 도입을 통해 현실과 가상, 이렇게 두 개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며 이야기의 흥미를 더했다.

 

  이렇듯 셜록 홈즈, 잭더리퍼, 코난의 만남, 그리고 가상현실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제시한 베이커가의 망령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수준급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리즈에서 손꼽힐 정도의 탄탄한 시나리오는 물론, 지금까지 일종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지향한 전작들과는 달리 일본 사회를 향한 비판의식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었다.

 

  이는 순수하게 만화로서의 재미를 추구해온 명탐정 코난 관련 작품들을 떠올린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인데, 그렇다고 베이커가의 망령은 비판의식을 내세우다가 작품 자체를 망가뜨리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우선시하면서 그 안에 묵직한 주제를 가볍지 않은 방식으로 내포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판의식은 작품 후반부 코난과 사와다 히로키의 마지막 대화를 통해 잘 드러난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천재라는 이유로 현실의 차가운 면만을 봐온 히로키가 코난을 향해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을 자아낸다.

 

  사실 베이커가의 망령은 전작들에 비해 볼거리가 많은 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는데 치중해온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의 행보와는 다른 길을 걸어간 셈인데, 그 대신 베이커가의 망령은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라는 명탐정 코난으로서는 굉장히 이례적이면서도 신선한 도전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으로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역작이라는 호평은 물론, 명탐정 코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