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극장판 3기:세기말의 마술사(1999) - 극장판의 터닝포인트

   대체로 명탐정 코난의 팬들은 극장판의 황금기를 3기에서 7기로 이어지는 시절로 꼽는다. 7기 이후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평가가 들쑥날쑥이었던 것에 반해, 3기에서 7기로 이어지는 시기의 작품들은 꾸준하게 좋은 퀄리티를 보여줬기 때문인데, 이러한 황금기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 명탐정 코난 극장판 3기:세기말의 마술사다.

 

  3기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이 작화의 변화인데, 3기의 작화는 1~2기에 비해서 상당히 원작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작화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던 1~2기에 비하면 3기는 처음부터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셈이다.

 

  그러나 3기가 극장판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작화의 변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기말의 마술사는 코난 극장판 초창기의 올스타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원작의 인기 캐릭터가 총출동한다. 세기말의 마술사라는 제목에 걸맞게 괴도 키드가 비중있게 등장하며, 그 외에도 하이바라, 핫토리, 카즈하 등의 인기 캐릭터들이 극장판에서는 처음으로 얼굴을 비춘다. 또한, 작품 후반부에는 괴도 키드가 코난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는데, 이는 원작에도 영향을 미쳐 아직까지도 코난에서 해결되지 않은 강력한 떡밥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작화의 변화와 인기 캐릭터의 총출동은 분명 원작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이지만, 역시나 3기가 코난의 황금기를 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사실 극장판 1~2기는 원작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큼직큼직한 액션씬을 보여주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스토리가 부실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크기를 키우는데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디테일한 부분이 다소 미약했는데, 3기는 전작들의 실수를 고려하여 사건의 크기를 무작정 키우기보다는 디테일한 부분에도 초점을 맞추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나 3기의 스토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스콜피온이라는 살인마의 설정이다. 사실 1,2기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전개를 보여주었지만, 팬들의 비판을 받게된 건 범인의 범죄동기가 너무나도 부실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사건동기를 가진 범인이 밑도끝도없이 사건의 크기만 키워놓았으니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사이코패스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3기는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이라는 설정으로부터 스콜피온이라는 살인마를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그럴 듯한 범죄동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범죄동기를 보여주는데 많은 힘을 기울인 건 아니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을 노리던 살인마였어라고 말하면서 범죄동기를 납득시킨 것이다.

 

  애초에 1~2기 역시 앞서 언급한대로 사건의 전개과정이나 사건의 소재 면에서는 호평을 받았던만큼 3기가 전작들보다 좋은 평을 받는 것은 1~2기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봉합시켰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손에 꼽힐 정도로 세기말의 마술사의 스토리 라인은 탄탄하지만, 3기에 이르러 시리즈가 전작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3기와 같은 완성도를 후속작들에서도 꾸준히 보여주었기에,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장기 시리즈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3기 세기말의 마술사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시리즈 장기화의 기반이 된 일종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