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극장판 1기:시한 장치의 마천루(1997) - 극장판의 기초를 확립한 작품

  명탐정 코난의 원작과 TV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명탐정 코난은 자연스럽게 극장판으로까지 뻗어나가게 된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포켓몬스터,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와 나란히 일본을 대표하는 극장판 시리즈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서막을 연 작품이 1996년 발표된 명탐정 코난 극장판 1기:시한 장치의 마천루다. 이 작품은 후에 16기까지 이어지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기초를 확립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게 명탐정 코난 극장판 대대로 이야기 초반부에 등장하는 퀴즈를 꼽을 수 있다. 이 때의 퀴즈는 간단한 퀴즈인지라 일본어 말장난을 이용하는데, 이 퀴즈는 영화 홍보물에 퀴즈를 수록하고, 극장판에서 답을 확인하라는 일종의 홍보다. 그런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는지, 이 퀴즈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전통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보너스 영상이 등장하는 것이나 오프닝 영상 이후 신이치가 코난이 된 과정을 짤막하게 보여주는 것도 1기에서부터 등장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전통 중 하나다.

 

  시라토리 형사의 첫 등장도 팬의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점이다. 시라토리 형사는 원래 극장판 1기의 오리지널 캐릭터였지만, 이후 명탐정 코난 원작에도 등장하게 된다. 명탐정 코난은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설정이 원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시라토리 형사도 그런 예 중 하나다. 애초에 극장판 오리지널 캐릭터로 만들어져서인지, 이후 시라토리 형사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에서 꾸준하게 얼굴을 비추게 된다.

 

  또 하나의 전통은 액션과 추리의 혼재다. 원작 역시 액션성이 강조되는 에피소드가 종종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추리에 초점을 맞춘 반면, 극장판은 두시간 안팎의 시간 동안 추리 외에도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추리 못지 않게 액션에 많은 공을 기울였다. 실제로 1기에서는 코난과 연쇄 테러범의 대결을 다루고 있는데, 코난은 폭탄의 폭발을 막기 위해 베이커 가를 쉴 새 없이 오가며 폭탄의 행방을 찾게 되고, 마지막에는 대형 빌딩이 폭파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이렇듯 1기에서부터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액션에 많은 힘을 기울였는데, 후속작들로 가면 일개 초등학생의 몸을 지닌 코난이 스턴트맨에 가까운 묘기를 보여주는 장면까지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시한 장치의 마천루는 빼어나다고 말하기는 힘든 작품이다. 사건의 전개과정이나 인물 간의 갈등 구조는 다소 전형적이긴했어도, 이야기의 재미를 이끌어나가는데 부족함이 없었지만, 문제는 범인의 동기에서 발생했다. 사실 시한 장치의 마천루에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하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1기는 액션에 많은 힘을 기울였고, 추리 자체도 범인의 정체보다는 범인이 낸 단서를 토대로 폭탄의 행방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군다나 애초에 이 작품에서는 용의자 자체가 별로 없다. 어디까지나 1기의 목적은 범인과의 두뇌대결보다는 원작에서는 보기 힘든 액션씬과 폭탄을 막으려는 코난의 행보를 보여주는 것에 있었다.

 

  따라서 1기에서 범인의 정체나 동기는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제작진은 범인의 정체와 동기를 무척이나 소홀하게 처리했는데, 문제는 범인의 정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범인의 동기가 너무나 빈약했다는 점이다. 연쇄테러범이 범인인만큼 이 작품에서는 직접적으로 묘사가 되는 않지만, 명탐정 코난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범인의 동기가 너무 빈약하니,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이 아니고서야 범인이 사건을 일으킨 동기가 납득이 안 된다. 범인이 신이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다. 모종의 사건으로 신이치에게 어느 정도 증오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 정도의 이유로 신이치를 죽이려 할 정도의 원한을 가지게 되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빈약한 범인의 동기는 후반부 분위기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범인의 사건 동기가 너무 빈약하다보니 이후의 내용 전개 자체가 조금 우스워져버린 것이다. 시한 장치의 마천루의 스토리는 빼어나다고 보기는 힘들어도, 관객을 몰입시키기에는 충분했기에, 범인의 빈약한 사건 동기로 후반부 전개의 맥이 풀려버린 건 아쉽다.

 

  빈약한 범죄 동기, 그로 인한 후반부 전개의 몰입감 저하로로 인해 작품 자체로만 보자면 명탐정 코난 1기:시한장치의 마천루는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을 거두었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