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박정희

                           
                            만화 박정희 1
                           6점

박정희가 10.26사태로 죽은 지 어언 30년이 흘렀다. 그가 죽은 후, 30년간 한국의 위상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그가 잘했든, 못했든 영향력 하나만큼은 한국 현대사의 인물 중에서는 가장 강력하다고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만화 박정희는 저자들의 약력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우상화된 박정희의 실체를 파헤치겠다는 주제 아래 출간된 책이다. 즉, 이 책은 경제발전신화의 박정희보다는 독재자 박정희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색이라면 책을 만든 단체가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주도해온 민족경제연구소라서 그런지 그의 친일행각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권에서는 그가 대통령이 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2권에서는 대통령 당선 때부터 10.26사태까지를 담아냈다.

일단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해 전반적인 정보를 얻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애초에 책의 초점 자체가 독재자 박정희를 부각시키려고 했기에 반대 진영에서 보자면 한쪽 방향으로 쏠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겟지만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한 입문서라는 성격으로만 보자면 무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책의 구성 면에서 보자면 2권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1권의 경우에는 단순히 박정희의 생애를 그린다는 차원을 떠나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장치들이 많았다. 10.26사태에서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한다거나, 박정희의 성격을 나타내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부각시킨 점은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은 선생 때 자신에게 굴욕을 준 사람들을 소위로 임관한 후에 찾아가 자신의 앞에 무릎꿇리는 장면이었다.

박정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런 장면들을 삽입함으로써 박정희라는 인물을 단순한 악으로 그려내기보다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내려는 시도를 한 셈인데 이러한 시도는 적어도 1권 내내 지속되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의 이야기를 다룬 2권은 이러한 성격이 퇴색되고 그 시대에 있었던 부정적인 사건들을 단순하게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다. 물론 박정희라는 인물을 다룰 때 이러한 부분들을 절대로 외면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1권에서의 이야기 전개방식에 비하면 사건들의 단순 나열에 그친 건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사건을 보여줄 때, 대체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박정희가 그것을 보고 받으며 "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다 엎어버려!"라는 식으로 분노한 뒤, 무조건 반대세력을 때려잡는 식으로 이야기가 계속되는데 이런 부분들을 확실히 조금 단조롭다는 느낌을 주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로 이런 사건들을 외면해도 된다는 의미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슷한 성향의 사건이라도 이야기를 구성할 때, 다른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권 전체의 내용이 모두 똑같은 구성을 취한 점에 대해 아쉽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건 적어도 1권까지는 단순히 학습만화 식의 사건나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실히 박정희가 집권한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단 한권에 담아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한 권에서 두 권정도만 구성을 늘려 잡았더라면 좀 더 폭넓게 그 시대를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