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 클라이막스가 너무 빨랐다

 

  방영 직전, 이병훈 PD와 조승우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던 마의가 지난 3월, 50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병훈 PD의 전작들과 비교한다면 시청률 면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마의는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시청률이 떨어져가는 상황 속에서 평균 시청률 17.8%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외형 상의 성적과는 달리 마의는 방영 내내 자기복제라는 비판에 시달려야했다. 물론 이병훈 PD의 드라마는 언제나 자기복제 논란에 시달려왔지만, 마의의 경우는 비판의 강도가 이전보다 거셌다. 아무래도 한의학으로 3차례나 드라마를 만들다보니, 자기복제라는 부분이 더욱 두드러져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마의에서도 자기복제에서 오는 진부함을 완화시키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하긴 했다. 대표적인게, 기존의 이병훈 PD 드라마의 주인공들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이는 주인공 백광현의 성격이다. 백광현은 전형적인 이병훈 PD 드라마의 착하고 모범적인 주인공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농담도 곧잘 던지는 유머러스한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데뷔 이래 최초로 드라마에 출연한 조승우는 특색있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백광현이란 캐릭터에게 신선함을 더했다.

 

  또한, 드라마 초반에는 동물을 치료하는 장면, 드라마 중반 이후로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조선시대의 외과술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면서, 다른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볼거리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드라마 중반부 이후 백광현의 복수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백광현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이병훈 PD 드라마 주인공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렸고, 처음에는 색다른 볼거리였던 외과술은 수차례 반복되면서 신선함이 떨어져버렸다. 나름대로 자기복제를 완화할 장치를 마련하긴 했지만, 애초에 한 두가지 장치로는 역부족이었고, 그나마도 드라마 중반부 이후에는 효용가치가 떨어졌으니 자기복제 논란은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마의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 및 시청률의 변동추이로 봤을 때, 마의의 진정한 문제는 자기복제가 아니라 클라이막스가 너무 빨랐다는 사실에 있다. 어차피 이병훈 PD의 자기복제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고, 시청자 대부분은 이 점을 어느 정도 감안한 채 마의를 시청했다. 문제점은 알지만, 그래도 이병훈 PD의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재미 면에서 만족감을 준 경우가 많았고, 시청자들은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자기복제 문제에도 불구하고 마의를 시청했다.

 

  그리고 적어도 마의는 드라마 중반부까지 자기복제라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여주는데에는 성공했다. 시청률은 조금씩이지만 상승해갔고,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백광현이 마침내 청나라에서 돌아와 조선으로 돌아온 37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24%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마의의 시청률은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물론, 한번씩 시청률이 상승할 때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시청률은 하향세였고, 결국에는 후발주자 야왕에게 동시간대 1위의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건, 사실상 37회가 마의의 내용상 클라이막스였기 때문이다. 백광현은 이런저런 시련을 겪긴 하지만, 마의에서 인의가 되고, 마침내 임금 현종의 병까지 치료해내면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던 찰나, 작중 최종보스 격인 이명환의 계략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몰락하게 된다. 백광현은 청나라에서 3년간 의술을 갈고 닦아 마침내 37회에서 조선으로 돌아와 잃었던 것들을 되찾고 이명환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전형적인 이병훈 클리셰로 점철된긴 했지만, 워낙에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전개되었기 때문에, 대체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클라이막스가 너무 빨랐다는 점이다.

 

  마의는 애초에 50부작으로 기획되었다. 시청자들은 37회 이후 백광현이 이명환에게 복수하는 과정이 그려지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명환에 대한 복수극을 그려내기에는 남은 회수가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마의는 이명환에 대한 복수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크나큰 무리수를 두게 된다.

 

  애초에 이명환은 최종보스로서의 포스가 다소 부족했던 인물이었다. 그래도 드라마 중반부까지 백광현과 맞설 수 있었던 건 수의라는 직위에서 오는 권력과 작중에서 손꼽히는 의술 때문이었다. 그런데 37회를 기준으로 백광현은 이명환의 의술을 한참 넘어섰으며, 벼슬자리에 오르고, 현종의 총애까지 받게 된다. 사실상 라이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는 아직 13회나 남아있었는데 작중 가장 큰 갈등을 형성해야할 악역의 능력이 형편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한 것인지, 여기서 새로운 라이벌 최형욱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애초에 기획되지 않았던 인물이 드라마 중후반부에 등장해 주인공과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는 건 애당초 무리수였다. 더군다나 최형욱은 이명환과는 달리 백광현과 맞서야할 당위성이 크게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명환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최형욱이 라이벌로 인식되지 않았다. 결국 최형욱은 처음 등장 때의 비중과는 달리 어설픈 모양새로 드라마에서 퇴장하게 된다.

 

  작중 가장 큰 갈등구조가 흔들리니 이야기의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한 번 무리수를 던지니 거듭하여 무리수가 등장했다. 조선왕실은 무슨 유전자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세자부터 시작해 숙휘공주, 대비마마, 그리고 현종이 거듭해서 죽을 고비를 넘기다 백광현에 의해 살아나며 그 과정은 너무한다 싶을정도로 똑같았다. 왕족이 큰 병에 걸리고, 백광현이 충격적인 치료법을 제시하고, 모두가 반대하지만 백광현이 마침내 병자를 치료해낸다는 구조가 무려 13회에 걸쳐 반복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개과정은 마의 초반부부터 등장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때는 병자의 치료 외에도 백광현의 성장 및 이명환에 대한 복수라는 큰 틀 아래에서 전개된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서브 스토리로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에는 작중 가장 큰 갈등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거의 2회에 한번꼴로 이러한 전개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질린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앞서 언급한 이병훈 PD가 자기복제 완화를 위해 마련한 몇가지 장치들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지점과 맞아떨어지면서 자기복제 논란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마의는 애초에 자기복제 논란을 떠안고 방영을 시작했지만, 재미 면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드라마 중후반부까지는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너무도 빠른 클라이막스로 인해 이야기의 중심축이 흔들렸고, 이로 인해 거듭해서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의 완성도가 떨어졌고, 마의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자기복제 논란이 심화되면서 다소 아쉽게 안방극장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의는 이야기 완급조절의 실패 및 거듭된 자기복제로 이병훈 PD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노출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 쉘락 2013.04.17 22:44 ADDR 수정/삭제 답글

    네! 똑같은 내용이 두번씩 반복되어 저도 상당히 실망한 케이스입니다.
    더군다나 전반적인 내용이 대장금과 너무나 비슷했던 것도 있구요!
    잘나가던 장금이가 최상궁에 의해 스승을 잃고 관비로 전락, 거기서 의녀가 되고 궁으로 돌아와 최상궁에게 복수하고 왕과 잠시 사랑에 빠지지만 왕의 병을 고치지 못한 채,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말죠~ (여기서 왕의 배를 가르는 걸 용납치 않는 신하 한명이 나오는데, 마의에 마지막 쯔음에 새로 좌의정이 되는 그 사람입니다. 복장도 똑같고, 말투도 똑같고, 심지어는 성격까지 똑같은데..마의에 나올 땐 뭔가 바뀌겠지 생각했건만, 어찌 이리도 똑같이 가주시는지.. 다른 사람을 썼어도 됬을텐데, 이병훈 PD에게 약간 실망했습니다.)

    마의 역시 이명환에 의해 전락한 광현이가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이명환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최상궁처럼 끝까지 권력을 놓으려 하지 않았던 부분도 주인공을 개무시하는 부분도 비슷했습니다.
    백광현 역시 마지막으로 왕을 치료하는 부분에서 갈등이 많았고 치료는 성공했는데, 이 부분만 장금이와 다를 뿐, 왕의 어의 자리를 마다하고 대장금칭호를 마다하는 것까지 비슷했습니다.
    물론 작가와 연출자의 갈등이 있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으로 간 건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건 아닌가 싶어요~


    • 성외래객 2013.04.20 18:27 신고 수정/삭제

      확실히 대장금과 마의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굉장히 유사합니다. 아무리 같은 PD의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꽤나 심한 수준이죠. 백광현의 인의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이 좀 다를 뿐, 인의가 된 이후의 행보는 전체적으로 유사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스토리를 변경해가면서 작품 중반부까지는 나름대로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후반부 전개에 들어서면서 대장금의 자기복제를 넘어서, 똑같은 이야기를 10화에 걸쳐 반복하면서 페이스가 급격하게 무너져버렸죠;;

      마의가 이병훈 PD의 마지막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들어서, 개인적으로 마무리를 잘하길 바랐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마의의 완성도가 떨어진 것 같아 아쉽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