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전생Red(2012) - 어수룩하게 봉합된 갈등의 연속

  홍정훈 작가는 월야환담 창월야 완결 이후 넥스비전 미디어윅스라는 출판사를 창립하며, 장르문학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지만, 넥스비전 미디어윅스는 결국 신생 출판사로서의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만다. 이로 인해 군입대 기간을 제외하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던 홍정훈 작가는 몇몇 작품을 인터넷에 잠깐 연재한 걸 제외하면 한동안 대외적인 작품 활동을 쉬게 된다.

 

  그러던 홍정훈 작가가 2012년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를 발표하며, 다시 한 번 부활의 날개짓을 하기 시작한다.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는 비록 기존 홍정훈 작품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애초에 완결까지 작성된 상황에서 출간을 하다보니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적어도 작가 홍정훈의 부활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미리 완결까지 써 둔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 출간 이후, 홍정훈 작가는 몇 년간 부족했던 작가활동을 원없이 하겠다는 듯이 기신전기 던브링어와 검이여 노래하라, 그리고 마왕전생Red를 동시에 집필하기 시작한다. 이 중 마왕전생Red는 과거 북박스를 통해 출간되었던 ‘황제를 향해 쏴라’의 리메이크작으로 구명의 기사의 리메이크작이었던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에 이어 자신이 과거 마무리짓지 못했던 작품들을 하나하나 마무리짓겠다는 홍정훈 작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왕전생Red의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황제를 향해 쏴라에서보다 정밀해진 카를의 고향생활에 대한 묘사는 비록 큰 위기감을 조성하지는 않았지만, 개별 인물들의 서브 스토리를 추가함으로써,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고, 과거의 홍정훈 작품들과는 다른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주었다. 또한,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위기가 올 거라는 복선을 조금씩 깔아두다가 황제와 시온 루카스와의 대결에서 긴장감을 잔뜩 끌어올린 전개는 과연 홍정훈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탁월했다.

 

  이후 이어진 수용소에서의 이야기도 흥미로운 편이었다. 조금 더 독하게 다뤘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카를과 시즈를 중심으로 여러 인간군상들이 얽히고, 마왕 네자르의 유산이 발견되는 등 독자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는 많았다. 특히, 수용소 탈출과정에서 보여준 전개의 탄탄함은 발군이었는데, 적어도 이 때까지 마왕전생Red는 앞으로 남은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이후 마왕전생Red는 작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을 잃고 만다. 내용 자체는 질질 끄는 부분 없이 비교적 매끄럽게 흘러갔지만, 문제는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러워도 너무 매끄러웠다는 점이다.

 

  수용소 이후 마왕전생Red는 인물과 인물 간의 풀어야할 갈등이 수두룩하게 남아있었다. 당장 주인공 카를이 적대 세력과 맺고 있는 갈등만 하더라도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마왕전생Red는 맥이 빠질 정도로 이러한 갈등들을 너무나 쉽게 풀어버리고 만다. 물론 마왕전생Red는 인물 간의 갈등들이 쉽게 해소되는 원인으로 세계멸망의 위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묵은 인물 간의 감정들이 고작 말 몇 마디로 풀려버리는 건 독자의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인물 간의 갈등이 이렇게 쉽게 풀려버리니 이야기 내의 긴장감도 조성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이런저런 위기상황을 만들어두어도 매번 인물 간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어버리니 긴장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수용소 이후 카를은 작품 내에서 거의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의 강자가 되어 있었다. 주인공은 막강한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대적할 만한 이들마저 속속들이 카를과의 묵은 원한을 해소해버리니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생길 리가 없다.

 

  이로 인해 마왕전생 Red는 수용소 이후 그리 나쁘지 않은 스토리텔링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완결 이후, 홍정훈 작가의 역대 작품 중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 애초에 첫 시작부터 안 좋았다면 모를까, 적어도 1~4권 정도까지는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었기에 역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더불어 월야환담 채월야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는 홍정훈 작가의 최근 작품활동에 대한 비판까지 더해져 어느 때보다도 홍정훈 작가에 대한 비판이 커진 상황이다.

 

  어찌되었든 작가는 작품으로써 말하는 법이고, 차기작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도 잦아들 것이다. 지금까지 장르문학 작가로서의 역량 자체는 인정받은 홍정훈 작가인만큼, 차기작에서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잘 유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 새누 2013.09.28 03:08 ADDR 수정/삭제 답글

    뒷심이 부족했죠... 그리고 저도 해피엔딩이 좋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홍정훈작가님이 시리어스와 해피를 적절하게 쓰시면 좋겠는데...

    • 성외래객 2013.09.28 17:26 신고 수정/삭제

      최근 홍정훈 작가가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를 추구하려 노력하고 있는 건 알겠지만, 그런 시도 중에 작가 홍정훈만의 개성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역량은 있는 작가니까, 다시 좋은 작품으로 돌아올거라 믿고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슬럼프가 너무 길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