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 강풀, 제2의 전성기를 위한 출발점

  2003년 순정만화로 장편 웹툰에 데뷔한 이래, 강풀은 지난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1년에 한 작품 발표라는 패턴을 꾸준하게 지켜왔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2011년 조명가게 발표 이후 2012년에는 한 작품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는 2012년도에 강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영화 이웃사람과 26년이 개봉되어 관련된 작업을 하느라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겨를이 없지 않았을까라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2011년 조명가게 연재 종료 시, 조명가게를 마지막으로 자신이 지난 몇 년 간 구상했던 작품들을 모두 발표했다라는 언급으로 미루어보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마녀는 조명가게 이후로 무려 2년 만에 발표되는 강풀의 신작이었고, 웹툰 작가 중에는 독보적인 인지도를 가진 강풀이니만큼, 그의 신작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다만, 과거만 하더라도 강풀이 작품을 발표할 때면 대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마녀를 발표할 때는, 강풀의 팬덤 쪽에서만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기에, 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게 여실히 드러났다.

 

  강풀의 인기는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독보적인 원톱이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지만,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 물 간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전성기에 비하면 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는데, 일단 가장 큰 원인은 과거에 비해 웹툰이라는 시장 자체의 크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다양한 작품이 등장하고 그에 따라 여러 인기작들이 등장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건, 어찌보면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강풀의 인기가 2010년대 들어 많이 떨어지게 된 건, 이러한 외부적 요인도 요인이지만, 강풀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는데, 강풀은 활동 초기부터 진보적인 스탠드를 취해왔으며, 단편적으로나마 정치적인 색채가 드러나는 만화를 그려왔었다. 물론 적정선만 유지했더라면, 강풀의 정치성향은 진보쪽이구나 정도로도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강풀은 가끔 극단적일 정도의 정치색을 드러내어 전성기 시절에도 종종 비판을 받아왔었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온라인 상에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대표적인 만화가였던 강풀 역시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강풀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때에는 강풀의 작품이 예전만 못하다라는 의견이 점차 공감대를 얻어갈 때였다. 실제로 강풀의 작품은 이웃사람 때부터 전작과 비교했을 때, 완성도가 조금 떨어진다라는 평을 받았는데, 이후 발표한 어게인 역시 타이밍의 정식 후속작치고는 아쉽다는 평을 받았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강풀이 약간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닐까 정도의 평이었지만, 이후 나온 두 작품으로 인해 강풀의 인기는 하강곡선을 그리게 된다. 어게인 이후 발표된 당신의 모든 순간은 역대 강풀 만화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수준높은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었지만. 강풀의 극단적인 정치색이 반영된 몇 가지 설정으로 인해 연재 당시 강한 논란에 시달렸다. 이후 정치색을 빼고 발표한 조명가게는 완급조절의 실패로 강풀 만화 사상 처음으로 재미가 없는 만화라는 극단적인 평을 받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더라도, 실력만 여전했더라면,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했었겠지만, 강풀은 이웃사람 이후 그의 전성기 때 작품들에 비하면 뭔가 하나씩 아쉬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물론 강풀의 인기는 여전히 원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과거에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유저들에게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면, 현재는 전성기 시절 생겨난 넓고 열광적인 팬덤만이 그의 작품을 지지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2013년 발표된 마녀는 다시 한 번 강풀의 전성기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풀이 가진 이야기꾼으로서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었다. 강풀은 참신한 설정과 그러한 설정을 기반으로 한 허를 찌르는 전개, 그리고 수준높은 감정 묘사가 장점인 만화가인데, 앞서 언급한대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작품들은 그의 장점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거나, 제대로 드러났다라도 엉뚱한 부분에서 논란을 일으키곤 했는데, 마녀의 경우에는 이보다 좋을 순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풀 고유의 장점들이 이야기 곳곳에 잘 녹아들어갔다.

 

  그녀를 사랑한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는 참신한 설정을 기반으로 그녀를 짝사랑하는 수학자가 죽음의 법칙을 피해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스토리 전개는 독특하면서도 탄탄했고, 강풀의 전매특허라고할만한 캐릭터 간의 밀도높은 감정묘사 역시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 녹아들었다.

 

  지금까지 인상적인 마무리를 보여주었던 강풀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마지막회가 쉽게 예측이 가는 전개라서 조금 심심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이러한 부분이 옥의 티라고 느껴질 정도로 마녀는 강풀의 역대 어느 작품과 비교하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강풀은 마녀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물론 후속작의 성과에 따라 마녀는 하강곡선을 타고 있던 강풀이 잠시마나 전성기 시절의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을 받을 수도 있고, 제2의 전성기의 시작점이라는 평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2010년대 들어 작품성과 대외적인 평 모두 좋지 않았던 강풀에게는 일종의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