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더 루나틱 테이커

임달영 작가, 이수현 만화가의 리버스 더 루나틱 테이커가 드디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리버스는 작품 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인데 이유는 바로 2011년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떡밥으로 인해 웹툰 쪽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커뮤니티들을 뒤집어졌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이미 브레이커2나 웨스트우드 비브라토처럼 잡지만화가 웹툰에서 연재된 예가 존재했다. 그러나 임달영 작가의 지금까지의 성향으로 볼 때, 백 번 양보해도 전 연령이 보는 웹툰 쪽에서 작품을 연재하기에는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첫 연재 당시 리버스의 덧글란은 상당히 시끄러웠는데, 결국에 리버스가 19금 연재로 변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임달영 작가의 특성상 덧글란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어쨌거나 그렇게 시즌1의 연재를 마치고, 시즌2는 아트림미디어 홈페이지에서만 연재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에서도 시즌2의 연재를 시작했고, 현재는 안정적으로 순항 중이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리버스는 적어도 임달영 작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굉장히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험적이라고 말한 부분은 작품 내용이 아니라 작품 외적인 부분을 의미한다.

 

실험적인 부분은 웹툰 연재에 그치지 않고 단행본 출간에서도 이어진다. 이 책은 과거 제로 흐름의원 단편 만화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아트림미디어에서 유통을 맡은 작품이다. 단행본에서 직접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인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책값은 무려 9,500원(...) 확실히 책의 질이 좋긴 하다만, 완전판도 아닌 만화책이 9,500원이라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긴 했다;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임달영스러운 만화라고 할 수 있다. 뭔가 복잡하지만 어디선가 본 설정같은 느낌의 세계관에, 시원시원한 액션과 에로틱함의 결합. 임달영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만화가 바로 리버스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설정 자체는 나름대로 참신했던 것 같다. 문제는 어떤 설정이든 임달영스러운 액션 전개로 흐른다는 점이다.

 

사실 임달영의 자기복제문제는 정말 오래 전부터 언급되어오던 문제다. 그러나 적어도 임달영 작가가 소설에 주력하던 시기에는 자기복제 속에서도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 같은게 느껴졌는데, 만화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나서부터는 그러한 시도 자체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임달영 작가가 만화판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건, 언밸런스x2 이후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 전에 제로-시작의관이 히트를 치긴 했지만, 이 만화를 그릴 당시에는 소설이나 게임 쪽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그러나 언밸런스x2 이후로 임달영 작가가 힘을 쏟는 분야는 만화로 바뀌었다. 실제로 제로-시작의관 때만 하더라도 임달영을 소설가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언밸런스x2 이후로는 대체적으로 만화 스토리 작가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가 본격적으로 만화 스토리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참신성은 말살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는 언제나 작품성 높은 작품보다는 흥행성 높은 작품이 좋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그러나 아무리 흥행성 높은 작품을 추구한다하더라도 지금의 자기복제문제는 조금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언밸런스x2 이후의 그의 행보를 굳이 나누자면 아트림미디어 계의 작품과 비 아트림미디어 계의 작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도 비 아트림미디어 계의 만화는 자신이 과거 창작했던 소설을 만화로 바꾸었거나-마이언 전기, 유령왕- 첫 일본진출작이라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한 흑신과 같은 작품이었기에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그러나 아트림미디어 계의 작품은 언밸런스x2-불꽃의 인페르노-프리징-팬텀 프린세스-리버스 순으로 발표되었는데, 이들 작품은 갈수록 자기복제성이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아예 연애물로 나온 언밸런스x2와 초창기만 하더라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던 불꽃의 인페르노는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프리징-팬텀 프린세스-리버스로 이어지는 작품 라인은 임달영 작가가 한창 문어발 식으로 작품을 확장할 때 나온 작품인데, 이들 세 작품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임달영스러움'을 고착화시켰다. 계속해서 언급하지만 이전에는 안 그랬다는 게 아니다. 이전에도 자기복제성이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참신성을 보여준 것에 비해, 최근의 성향은 일말의 참신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나름대로 독특하지만 복잡한 설정이 1권에서 등장한 이후, 주구장창 싸우고 벗기고, 싸우고 벗기고만 반복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그 벗기는 수준 역시 후속작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미 소설에서 별의별 짓(?)을 다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만화에서는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하는 편이었는데, 그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있다. 리버스의 경우에는 대놓고 구강성교를 조성하는 장면이 1~2권에만 두어차례 등장했는데, 이는 이전 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도다.

 

사실 임달영 작가에게서 성적인 요소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과거 작품들의 성적 요소들은 작품 흐름의 방해가 되긴 해도 어느 정도 넘어갈 만하다고 여겨졌다면, 요즘 작품들의 성적 수위는 작품 흐름의 방해를 넘어서 불편하게까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리버스라는 작품 자체는 재밌게 보긴 했다. 그러나 재밌다는 점보다는 최근 임달영 작가의 곪았던 문제들이 모두 터져나온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러한 점을 느낀 건 사실 프리징 때부터였으나, 그 때는 과도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후 팬텀 프린세스가 나오고, 리버스가 나오면서 이건 과도기가 아니라 고착화라는 확신이 들었다.

 

과거부터 임달영 작가는 과독한 성적 요소와 자기복제성으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가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계속 봐왔던 건, 일단 재미가 있었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작품 속에서도 매번 다른 시도가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때는 임달영 작가가 스토리를 가장 중시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의 작품들은 여자들을 벗기고, 신체훼손을 하기 위해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리버스는 이러한 흐름의 결정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