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2012) - 현실과 맞아떨어진 영화의 테마

 

  레미제라블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원작의 분량이 워낙에 방대하기에, 원작을 다 읽어본 이는 많지 않을 테지만, 어린 시절 은촛대를 훔친 장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이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치는 이야기는 원작에서 아주 작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원작은 장발장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애초에 제목인 레미제라블부터가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은촛대 이야기만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레미제라블은 은촛대 사건을 계기로 다시 태어난 장발장이 그 시대를 살아가며 보고 느껴야했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요 서사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원작 레미제라블은 국내 번역판 기준으로 권당 500 페이지 이상, 총5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이 부분의 해답을 원작을 기초로 하여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찾았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대부분의 대사가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보다보면 노래가 아닌 대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부분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방대한 원작을 영화로 구현하는 데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방대한 원작을 3시간이 채 안 되는 영화로 구성하다보니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희미해지고, 각각의 인물들의 감정변화도 세밀하게 그려내기 힘들었는데, 노래를 통해 각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적어도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세밀하게 잡아내는 데에는 성공한 것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사건 간의 유기성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지라도, 세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각 인물들의 감정선에는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영화의 대부분의 대사를 노래로 구성한 건, 뮤지컬 영화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구성인데, 영화 레미제라블은 자신들의 독특한 시도를 효과적으로 영화에 담아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원작을 영화 상에서 모두 잡아낸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영화는 원작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한 부분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그려내었는데, 그 장면은 다름아닌 청년들의 혁명씬이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장면이긴 하지만,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을 청년들의 혁명을 그려내는데 투자하였다.

  덕분에 영화 레미제라블은 원작의 여러 가지 성격 중에서도 정치적인 성격을 강조한 작품이 되었는데, 제작진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이 부분은 2012년이 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되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대한민국 역시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졌고, 많은 전문가들은 2012년 대선을 세대 간의 갈등의 극대화된 선거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젊은 층의 패배로 정의된 2012년 대선, 그리고 젊은이들의 실패한 혁명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 우연치고는 묘하게도 현실과 영화의 테마가 맞아떨어졌고, 그 결과 영화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영화로서는 역대 최고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에 돌입하였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분명 잘 만들어진 영화다. 세기의 명작인 원작을 바탕으로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뮤지컬 적인 구성을 얹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원작을 옮기는 건 힘든 일이었던지라,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다소 미흡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또한, 국내에서 뮤지컬 영화는 그리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영화의 테마와 시대적 상황이 묘하게도 잘 맞아떨어졌고, 그 결과 일종의 사회비판적 영화이자 힐링 무비로써, 예상치 못했던 흥행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