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기오스

                                               

                                
                               레기오스 1
                               6점

제로-흐름의원, 마이언 전기, 흑신 등으로 유명한 임달영 작가의 처녀작이자 95년 출간된 국내 최초의 판타지 소설, 레기오스.

물론 레기오스가 연재될 쯤에는 PC통신 상에 판타지 소설이라 불릴만한 것들이 연재되고 있었고 하얀 로냐프강의 경우 92년부터 연재를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책의 형태로 나온 건 레기오스가 처음이다.

레기오스가 출간되기 1년 정도 전에 퇴마록이 출간되어 출판계의 붐을 일으키긴했지만 국내 장르문학 팬덤이 퇴마록의 특성상 판타지 소설 계보를 언급할 때 배제하는 분위기인지라 대체로 레기오스를 최초의 판타지 소설로 꼽는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될 당시 국내에는 판타지라는 장르가 무척이나 생소하던 무렵이었고 더군다나 이 책의 세계관은 지금의 판타지 독자들이 봐도 낯선 세계관인지라 판매량 면에서는 꽤나 부진했다고 한다.

냉정하게 보자면 판매량 면에서도, 작품이 미친 영향 면에서도 국내 최초의 판타지 출간작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그리 큰 의의는 없는 작품이다.

현재도 임달영 작가의 문체는 무난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리 좋은 편이라 할 수 없는데 이 책을 출간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작가의 문체는 그야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준;

거기다 처녀작에서 임달영 작가 특유의 섹드립은 그야말로 절정. 개인적으로 임달영 작가 작품 중 위험수위는 최고라고 본다. 나이가 어렸을 때라 이런 면에서 더욱 거침없었던 게 아닐까;;;

보다보면 몇몇 장면은 내가 지금 판타지 소설을 보는 건지, 야설을 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진짜로(...)

실제로 여주인공 리셀은 작가공인 임달영 월드에서 가장 험한 꼴 당한 여주인공 중 하나다;

하지만 임달영 작가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이 작품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유는 임달영 작가의 대표작인 제로-흐름의원과 마이언 전기의 설정이 모두 여기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책을 보다보면 제로나 마이언 전기에서 나오는 기술의 대부분-기류사단, 그라비티 캐논 등-은 이미 레기오스에서 등장한다.

더군다나 마이언 전기는 세계관이 직접적으로 이어지며 레기오스의 주인공인 시그마가 등장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높게 치는 부분은 아직까지도 D&D에 기초한 세계관이 대세인 한국 장르문학의 현실에서 최초의 출간작임에도 독자적인 세계관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임달영 작가가 블로그에 쓴 글을 보면 당시 D&D룰을 차용하는 건 불법이라는 걸 작가 스스로가 확실히 알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든 걸로 보인다.

스토리도 빼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페이크 주인공(...) 시스템이라던가, 세 개의 행성을 오가는 이야기 등 당시 작가의 나이를 감안하면 무난하다고 생각된다.

아, 또 역대 임달영 작가 작품들 중에서 주인공들이 가장 강력하다. 오래 전에 봐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마이언 전기 1부의 주인공 레이트가 마지막에 어떤 공격을 맞아내며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설정상 핵무기 한 방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레기오스의 주인공, 시그마는 그게 수십, 수백 발 떨어지는데 버틴다(!!!)

임달영 작가의 팬이긴 해도 굳이 다른 이들에게 권할 정도의 작품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제로나 마이언 전기의 초기 설정이 보고 싶다면, 혹은 마이언 전기에 등장하는 시그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작품은 되는 것 같다.

p.s
2002년 블랙탄이라는 출판사에서 재간되었는데 출판사가 망해버렸는지 마지막권인 4권은 출간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3권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느낌인지라 구판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완결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는 3권 뒤에 한국을 배경으로 세계멸망과 싸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더 있다;

p.s2
이야기가 각 권에서 완결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이건 당시 라이트노벨 적인 구조를 어느 정도 염두해두었던 임달영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그로부터 13년 뒤, 유령왕을 출간할 때 임달영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국에서 정식으로 라이트노벨을 출간하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p.s3
중학교 때 개정판으로 3권까지보고 4권의 존재를 알게되어 구판을 구해보려했으나 구하기 힘들었는데 영풍문고 종로점 앞에 조그마한 서점에서 권당 4,000원에 팔아서 get~

  • 1234 2011.11.02 11:18 ADDR 수정/삭제 답글

    레기오스 주인공들 묘사좀 불러주실 수?

    필요해서요..

    여주인공이랑..

    • 성외래객 2011.11.03 12:23 신고 수정/삭제

      임달영 작가가 묘사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 레기오스 주인공들의 묘사는 별 게 없습니다;

      저도 꽤나 오래전에 읽어서 잘은 기억이;

      책을 일일이 찾아보기에는 요즘 제가 학교생활이 좀 빡빡하군요;

  • 잘보고갑니다 ^^ 2012.09.23 20:54 ADDR 수정/삭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