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만차스 통신

                                        
                                          라스 만차스 통신
                                         8점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도 고1때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생이랑 종로에 있는 영풍문고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동생이 아 이거 재밌겠다 해서 산 책이 바로 라스 만차스 통신이다.

내 동생은 가끔가다 뭘 살 때 데리고 가면 딱 보고 이거 재밌겠다 싶은 걸 골라서 사올 때가 있는데 그 때 고르는 것들의 대다수는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사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래서 산 게 20세기 소년이랑 악튜러스ㅡ.ㅡ

이후 나는 동생의 고르는 안목을 나름 믿게 되었고 그로 인해 라스 만차스 통신도 꽤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도 역시나 차일피일 미루면서 안 읽고 있다가 결국 입대를 했는데 누군가 이 책을 버렸더라;; 그래서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작년 12월인가 쯤에 짐 정리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마침 읽던 책도 딱 다 읽었던 차라 이 김에 이거나 읽자라는 심정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인데 이야기 전체에서 우울함, 몽환적인, 기괴한 느낌을 풍긴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세계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와 별로 다른게 없지만 조금씩 기묘하게 비틀어져 있다.

주인공이 사는 집에는 '놈'이라 호칭되는 이상한 생명체가 살고 있고 재가 날아다니는 도시가 있고 그 재를 없애주는 직업도 있으며 도시 어디가에 괴생명체들이 살기도 하고 사람을 잡어먹는 괴물도 등장한다.

일본소설 특유의 기괴함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이 이 소설에는 잘 살아있었다. 그래서 읽는내내 묘하게 소름이 끼친 적이 많았다.

또 이야기에 마지막까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 부분도 많다. 도대체 '놈'의 정체는 뭔지, 왜 주인공의 아버지가 고지마라는 화가에게 저자세를 취하는 건지, 중간에 나타나서 주인공에서 라차 만이 어쩌고 한 사람은 누군지 등등...

그래서 몇몇 서평에서는 마지막까지 제대로된 설명이 없었다며 비판하는 글들도 많다. 심지어 이 책에는 설명해주지 않은 부분들을 추측할 만한 단서도 거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 기괴함이, 그 끈적한 분위기가, 그 우울한 분위기가.
솔직히 말해 앞서도 언급했듯이 너무나도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 자신은 의도적으로 그러한 부분들을 밝히지 않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 책에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긴 하지만 그렇긴 해도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독자의 상상에 맡기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매력적인 소설이다.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기괴한 분위기하며 주인공의 심리묘사라던가 극적인 라스트씬 등.

평이 많이 갈리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괜찮았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