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완결


연재 초반만 해도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이었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인기를 더해가며 열렬한 지지를 받던 강형규 만화가의 라스트가 호평 속에 마무리되었다.

라스트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지난 번에 쓴 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라스트 후반부에서부터 완결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라스트에 달린 덧글 대부분은 라스트의 완결에 호평을 보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마무리였다.

지난 번 감상에서도 초반부에 빠른 전개에 비해 중반부 전개가 다소 느슨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후반부 전개는 이와는 반대였다. 전개가 갑자기 빨라져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분명 이야기 중반부까지 장태호는 곽흥삼에게 반격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다져나간다. 그러기 위해 잠깐의 굴욕을 넘기고 화가 나도 그것을 참고 또 참으며 곽흥삼을 보내버리기 위한 한 방을 준비해나간다.

그러던 태호는 노숙자 시절 자신과 친하게 지낸 형님이 곽흥삼과의 대결 이후 죽을 위기에 처하자 갑자기 곽흥삼에게 덤벼든다. 이 지점에서부터 라스트는 완결을 향해 급하게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와의 전개와는 사뭇 다르게 액션씬이 대거 등장하고, 그가 공들여 준비해오던 작전은 이렇다 할 시련 없이 곽흥삼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그리고 둘은 마침내 서울역 안에서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물론 후반부 액션씬의 연출력이나 작화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좋았다. 문제는 내용 전개에 있다.

장태호는 펀드 매니저고, 처음 라스트가 연재될 때, 홍보문구는 '지하경제 100억'이라는 문구였다. 그렇기에 적어도 나는 라스트 후반부에서 장태호와 곽흥삼 사이에 치열한 두뇌대결이 펼쳐지리라 생각했었다. 아니, 적어도 펀드를 이용한 작전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갑자기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후반부에는 오로지 강렬한 액션만이 남았다.

라스트라는 웹툰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지하세계의 격투를 마지막에 장태호와 곽흥삼이 벌이게 된다는 내용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이곳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또 하나의 뼈대인 지하경제라는 매우 좋은 소재를 홀대한 건 아닐까? 

사실 강형규 만화가는 처녀작 장화림 때부터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주던 만화가였다. 그의 만화는 항상 참신한 소재로 무장해있었지만 언제나 이야기 전개에서 아쉬움을 남기곤 했다.

그러나 무채색 가족을 통해 웹툰에 데뷔하면서 그는 이전과는 달리 매우 탄탄한 내용전개를 보여주었다. 무채색 가족은 비록 웹툰치고 짧은 분량이었지만 강형규라는 만화가가 한단계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는 데에는 충분했다. 스토리, 캐릭터, 연출, 감동, 작화 등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작품이 바로 무채색 가족이었다.

그러나 사실 무채색 가족은 기존의 강형규가 그려왔던 만화들을 떠올렸을 때, 일종의 외도였다. 그는 본래 우울하고 파격적인 소재를 그려왔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라스트에 거는 기대가 무척이나 컸었다. 언제나 스토리 측면에서 뭔가 아쉬움을 주던 강형규 만화가가 무채색 가족이라는 걸작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그가 본래의 영역으로 돌아왔을 때, 그려낼 작품은 얼마나 재밌을까? 매우 설레는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적어도 라스트는 초반부까지 이런 기대에 부응해줬다. 그러나 초반부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중반부, 그리고 액션씬이나 연출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내용 전개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후반부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작품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