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무채색 가족을 통해 웹툰계에 데뷔한 강형규 만화가의 새로운 작품, 라스트.

사실 무채색 가족은 지금까지 강형규 만화가의 행보를 보자면 비교적 독특한 작품이었다.

무채색 가족 이전에 그가 그린 작품은 장화림과 라모스카였는데 두 작품은 모두 우울한 분위기와 잔혹한 묘사가 잔뜩 묻어나는 만화였다. 그러던 그가 무채색 가족이라는 코믹감동물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기존의 독자로서는 다소 당황스러웠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무채색 가족은 크게 흥행하지는 못한 작품이지만 강형규라는 만화가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아니, 예상했던 것 이상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장화림과 라모스카를 보면서 뭔가 2%정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무채색 가족을 보면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강형규라는 만화가가 생각보다 더 좋은 실력을 가진 만화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만화를 계기로 내 마음 속에 있던 강형규 만화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가능성 있는 만화가에서 신작이 기대되는 만화가로.

어쨌거나 무채색 가족으로 호평을 받은 강형규 만화가는 무채색 가족 후기에서도 언급했던 신작, 라스트로 돌아왔다.

라스트는 일생을 걸었던 작전에서 실패한 펀드 매니저 장태호가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가 다시 재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만화다.

물론 이런 스토리는 굉장히 흔한 스토리 중에 하나지만 스토리가 흔하다는 건 작가의 능력에 따라 독자들에게 굉장히 잘 먹히는 소재라는 소리도 된다.

그리고 강형규 만화가는 이 흔한 스토리를 재밌게 가공하기 위하여 노숙자들을 이용해 만들어진 지하경제 100억의 시장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도입했다. 전국에 수많은 노숙자들을 이용해 만들어진 이 시장을 이용해 재기를 노린다는 게 라스트가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다른 작품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리고 라스트의 성향은 확실히 무채색가족의 영향 탓인지 작가의 초기작들에 비해서는 많이 순해진 편이다. 스토리 자체는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무채색 가족 이후의 작품이지 코믹씬이나 감동적인 장면들도 들어가 있고.

그러나 스토리가 스토리이고 다루고 있는 배경이 지하조직인지라 초기작의 향수도 많이 느껴진다. 굳이 따지자면 기존 작품들의 중간 정도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까지는 스토리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최근 연재되는 세번째 챕터 분량부터 뭔가 이야기 전개에 슬슬 발동이 걸리는 기분이다. 이제야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장태호가 지하경제에 대해 알게 된 장면 이후로는 다소 몰입감이 떨어졌던게 사실이다.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장면을 보고 싶은데 처음 분위기와는 달리 코믹씬이나 전투씬이 계속 이어져서;

그러던 게 챕터3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흑막으로 보이는 인물들도 등장하고 내용전개도 무거워지면서 다시 초반에 보여줬던 몰입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얼마 전 22화의 연출은 그야말로 압권. 보통 라스트의 덧글은 100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화만큼은 400을 넘어갔다; 

최근 화에서 영화화를 염두해두고 기획했다는 말을 하던데 사실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말을 했었다. 물론, 강풀의 사례를 보면 영화화를 잘 해야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