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2009) - 추리와 드라마의 균형을 잡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기존의 가가 형사 시리즈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작품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가지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전의 작품들인 졸업과 잠자는 숲은 ‘왜 죽였는가?’라는 부분과 인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기에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조된 작품이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이러한 시리즈의 전통에 맞춰 여전히 드라마적인 요소들에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나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참신한 시도들이다.

 

  일단 눈에 띄는 점은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가가의 시점에서 내용이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는 피해자의 오빠인 야스마사라는 인물의 시점에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는 직접 여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자살로 위장하고, 홀로 범인을 쫓게 된다. 이러한 야스마사의 의도를 유일하게 간파한 존재가 가가로, 그는 독자적으로 사건을 수사하여 야스마사의 복수를 막고 사건의 진범을 잡으려 한다. 이 때, 가가의 내면 묘사는 전혀 나오지 않으며, 야스마사는 가가의 놀라운 추리력에 그를 경계하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의 시리즈에서 가가의 추리력은 그렇게 돋보일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이의 시점에서 내용이 전개되기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가의 추리력이 무척이나 돋보인다. 또한, 야스마사와 가가는 작중 내내 사건의 처리방식을 놓고 대립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범인을 쫓는 것 이상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용의자를 초반부터 두 명으로 압축시킨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초반부터 용의자가 누군지 드러났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잘못하면 사건의 긴장감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부분이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물들 간의 감정적 대립과 알리바이 트릭을 사용해 다소 힘이 빠질 수도 있었던 소재를 탄탄하게 엮어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참신함이 엿보이는 대목은 이 작품의 결말이다. 작품의 결말부에서는 인물 간의 대립관계가 극한으로 치닫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등 내용전개가 숨가쁘게 이뤄지는데, 긴장감이 극에 다달은 마지막 순간, 이 작품은 의외의 결말을 보여준다.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나가던 독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충격적인 결말인데,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정형화된 추리 공식을 줄곧 비판해왔다는 사실과 관련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같은 해에 출간된 명탐정의 규칙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평소 가지고 있던 정형화된 추리 공식들에 대한 비판의식을 극대화시킨 작품인데, 이 작품의 단편 중 하나에서는 사건의 트릭과는 무관하게 범인의 정체에만 집중하는 독자들을 비판하는 대목이 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충격적인 결말은 이 작품과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정형화된 추리 공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히가시노 게이고 나름대로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초기작 졸업과 잠자는 숲은 잘 만들어진 추리 소설이었고,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드라마로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추리 소설의 중요한 요소인 추리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전작들의 아쉬움을 말끔하게 씻어낼 정도로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드라마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았는데, 내용 전개가 야스마사의 시점으로 전개된 건, 가가와의 대립구도를 형성하여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여주는데도 큰 몫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가가의 모습은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왔고, 이는 자칫 복수극으로 흐를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가가 형사 시리즈 특유의 훈훈한 결말로 이끌어내었다.

 

  이렇듯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드라마에 무게중심이 쏠렸던 가가 형사 시리즈의 초기작과는 달리 여러 가지 참신한 시도들로 드라마와 추리의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p.s

  용의자x의 헌신이 국내에서 성공한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 내 출간순서와 상관없이 국내 출간이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가가 형사 시리즈의 경우 시리즈의 순서가 조금 꼬였다. 물론 가가 형사 시리즈 자체가 가가를 제외하면 다음 작품에 등장하는 이도 없고, 전작의 사건이 후속작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기에 어떤 작품을 먼저봐도 상관없는 시리즈물이긴 하다.

 

  어쨌든 국내에서는 사람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악의의 순서가 다른데, 일본 출간순서를 기준으로 했을 때, 두 작품이 같은 해에 나오기는 했지만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가 조금 더 빨리 나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