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그

홍정훈 작가는 처녀작 비상하는 매를 낼 때부터 이미 장르문학계의 스타작가였지만 그를 장르문학계의 손꼽히는 작가로 올려놓은 작품은 역시나 그의 세번째 장편소설 더 로그다. 

더 로그는 그가 기획한 레이펜테나 연대기의 1부격인 작품으로 전작 비상하는 매의 설정을 상당부분 계승한 소설로 연재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더 로그와 월야환담 채월야로 이어지는 이 기간이 그의 최고 전성기 시절이라 할만한데, 이후 홍정훈 작가가 낸 작품들은 전작들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최근 홍정훈 작가는 아더왕과 각탁의 기사라는 신작을 청어람에서 출판했고 '황제를 향해 쏴라'의 리메이크작인 '마왕전생RED'를 연재 중인데 아직까지도 덧글란에 더 로그와 월야환담 시리즈의 후속작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현재까지 그의 리즈시절은 바로 이 때가 아닌가 싶다.

작가는 세번재 작품에서 가장 많이 변한다라는 속설이 있는데 더 로그 역시 예외가 아닌지라 이 작품에서 홍정훈 작가는 전작들에 비해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처녀작 비상하는 매는 파격적인 내용과 신선한 전개로 많은 인기를 모았었는데, 솔직히 그 때 홍정훈 작가의 문체는 많이 미숙한 편이었다. 그리고 다른 장르문학 작가들에 비해 뭔가 난잡하다는 느낌을 많이 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더 로그로 오면서 상당부분 개선되었고, 홍정훈을 상징하는 시니컬한 문체 역시 이 시기에 한층 발전하게 된다.
 
전개가 산만하던 비상하는 매와 비교하면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발전이 였보이는데, 사실 초반부 카이레스가 대도의 비보를 구하러다니는 장면에서 여전히 산만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후 이야기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재미'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사실 비상하는 매는 취향에 따라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었는데, 더 로그의 경우에는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호평을 받았다.

나 역시도, 처음 1~4권을 볼 때에는 그다지 몰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진 주인공 스트라포트(...)가 등장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빨려들어가듯이 책을 읽었다. 

또한, 무도에 관심이 많은 홍정훈 작가답게 그의 액션씬은 좋은 평가를 받는 편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전투묘사가 극에 달했던 때가 바로 더 로그를 쓸 때라는 생각이 든다. 월야환담 시리즈 역시 액션이 좋은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홍정훈 작가의 액션씬은 리얼계(?)보다는 슈퍼계(?)에서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하는 지라;;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파격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 더 로그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강간당하지 않은 자가 없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이 작품의 여자들은 그야말로 험한 꼴이란 험한 꼴은 다 당하는 걸로 묘사된다. 더군다나 전작들에 비해 캐릭터성이 무척이나 강화되었던 지라, 이런 부분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더 로그는 꽤나 고약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 지라도 메이파와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대부분의 독자가 뒤통수를 부여잡았으리라 확신한다(...)

사실 이러한 더 로그의 성향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다소 지나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이런 장면들이 단순히 자극적인 장면을 위해 연출되었다기보다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이런 장면을 넣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까지 연출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꽤나 많다.

더 로그 출간 당시에는 워낙에 화제를 모았던 책이었고, 홍정훈 작가의 팬덤의 활동이 활발한 편인지라, 더 로그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은 평들은 대체로 묻힌 감이 있는데, 더로그에 관한 비평들은 보다보면 하나같이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리고 역시나 더 로그하면 표절 사태를 빼놓고 넘어갈 수가 없다. 사실 표절이라기보다는 무단 도용에 가까운 편인데,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한국 초창기 판타지 소설들은 D&D의 설정을 무단으로 도용하며 성장해왔다.

D&D란 던전 앤 드래곤이라는 일종의 보드게임인데, 모든 RPG의 아버지격인 존재로 서구 신화를 집대성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한 작품이다. 이러한 D&D는 어디까지는 회사의 상품이기에 저작권이 존재하고 있지만, 한국 초창기 판타지 소설들은 아마추어들로부터 시작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기에 무단으로 D&D의 설정들을 도용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한국 장르문학은 지난 10여년 동안 메이저 시장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이런 쪽의 이야기는 소수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어떠한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자, 잘못된 부분은 수정되지 못했고, 현재 대다수의 판타지 소설은 여전히 D&D의 설정을 무단 도용하고 있다.

그러던 중 딱 한 번, 이 이야기가 장르문학계의 뜨거운 화두로 올라온 적이 있었으니, 이른바 더 로그 사태다.

홍정훈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저작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디시인사이드 판갤러 중 하나가 이글루스에 표절작가에 저작권도 보호해야하냐며 문제 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홍정훈 팬덤과 홍정훈 까들은 그야말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논쟁은 결국 홍정훈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더 로그 관련작품에 한해 절필을 선언하면서 일단락되었다.

홍정훈 작가가 아예 비상하는 매-더 로그로 이어지는 세계관에 대해 전편폐기를 선언하자 팬들과 홍까들은 상당한 패닉에 빠졌다. 결국 홍정훈 작가는 세계관을 전면 리셋하여 작품은 계속 이어나갈 것이며, 자신의 잘못은 확실하게 매듭을 짓겠다며 D&D의 저작권을 가진 위저드 오브 코스트사에 자신의 잘못을 알렸다. 위저드 측에서는 그동안의 무단 도용은 용서하겠다며 이후로는 그러지 말라는 뜻을 전해왔고 이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이 사태로 인해,  더 로그의 후속작이자 레이펜테나 연대기의 2부, 다크 세인트는 무기한 연중되어 지금까지도 뒷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한국 장르문학에서 D&D 무단도용이 불법이라고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물론 여전히 대다수는 무단도용하고 있다

수많은 장르문학 작품 중에서 유독 더 로그가 타겟이 된 첫번째 이유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도용의 정도가 더 심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당시 홍정훈 작가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꽤나 유명세를 탓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작품들이 기본적인 설정 정도만 도용한 것에 비해 더 로그는 그야말로 D&D 고유의 캐릭터들까지 가져와 사용했기에 정도가 심했고, 홍정훈 작가가 이글루스 100대 블로그에 뽑힐 정도로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높았기에 파급효과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어찌되었건 무단 도용은 엄연한 잘못이지만, 설정을 제외한 더 로그의 다른 부분들을 괜찮게 여겼던지라 후속작 다크 세인트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게된 게 아쉽긴 하다. 더군다나 본래 더 로그 리메이크판을 비롯해 홍정훈 작가의 모든 작품을 개작해서 내기로 했던, 넥스비전이 망해버리면서 개작을 하더라도 무사히 나올 수 있을 지도 의문이고; 뭐 그렇다고 홍정훈 작가의 잘못을 옹호하겠다는 건 아니다.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니까.

황제를 향해 쏴라의 리메이크작 마왕전생RED를 시작하면서 올해는 연중된 작품들을 순차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밝혔는데, 본의아니게 연중된 작품들이 무척이나 많은 지라 과연 언제쯤에야 더 로그를 개작하고 다크 세인트까지 출간할 런지 모르겠다(...)

  • 새누 2013.03.04 06:18 ADDR 수정/삭제 답글

    요새 다작을 하셔서... 더로그 리메를 기대하고 있기는 한데 말이죠;;

    • 성외래객 2013.03.04 16:08 신고 수정/삭제

      요즘 다작을 해서 그런건지 홍정훈 작가의 필력이 다소 무뎌진 느낌이 나서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역량이 있는 작가이니만큼 더로그, 월야환담을 잇는 괜찮은 작품을 낼 거라 믿고 있습니다. 다만 역시나 가장 기대되는 건 더로그 리메이크, 다크 세인트, 그리고 월야환담 광월야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