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든 순간

 

당신의 모든 순간 1~4 세트 - 전4권

10점


10년 9월부터 11년 1월까지 연재된 강풀의 최신작이라 오랜 만에 재개된 순정만화의 네번째 시리즈, 당신의 모든 순간.

군대 전역이 2개월 정도 남았을 시점부터 연재되던 작품인데 전역하고나서는 이왕 이렇게 된거 완결나면 보자는 생각으로 미루다가 이제서야 보게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도 1화를 보고 정말 놀랐다. 순정만화 시즌4라더니 미심썰 시즌5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풀이 이번에 사용한 좀비라는 소재는 순정만화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소재였다.

거기다 설정상 그 좀비가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이후 나타난 거라 작품 초반 덧글란은 정말 개판이었다. 거기다 강풀 안티들은 기회는 이 때다렴 그야말로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고. 거기다 이후에도 현 정부의 몇 가지 안건을 비판하는 장면이 나왔고 그 때마다 덧글란은 현세지옥을 연출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정치 색깔을 들어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당모순에서 드러난 강풀의 정치색은 조금 오버한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소재는 역시나 미국산쇠고기를 먹고 사람들이 좀비가 되었다는 설정인데 솔직히 나도 현 정부를 싫어하긴 하지만 이런 설정은 솔직히 좀 너무했다.

촛불집회 당시 현 정부가 시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말한 게 확실치도 않은 광우병 괴담에 휘둘려 나온 것 뿐이라는 거였다. 그 때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건 검역주권을 어이없이 넘겨버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하는 현 정부에게 화가 나와서 나온 건데 그걸 괴담으로 포장해서 시위에 나온 사람들을 생각 없는 사람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솔직히 제대로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산 쇠고기 먹는다고 광우병 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뭐 어쨌거나 작품의 정치 색깔과는 별개로 강풀은 역시 강풀이라는 걸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미국산쇠고기 먹고 좀비되었다는 게 아니다. 한 지역에 살아남은 사람이 두 남녀 뿐인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남녀의 사랑과 좀비들 역시 사람이었다라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좀비가 되었음에도 마지막 모든 순간을 위하여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 특히 뭔가 대결구도를 암시하던 외국인 노동자 좀비에 관한 복선을 그런 식으로 활용할 줄은 정말 몰랐다.  

어떻게 좀비라는 소재를 순정만화 속에 녹여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강풀은 순정만화 특유의 사람냄새나는 구성으로 좀비물도 순정만화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정말 강풀은 매 작품마다 진화한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후반부 정욱의 절절하다 못해 가슴 시린 순애보는 참 사람 슬프게 한다.

친구야 우짜노, 다 망했뿐네라는 마지막 대사에 그 동안의 이야기와 복선들이 머리 속을 스쳐가면서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

작품 초반 정치적인 색깔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본격 반정부 프로파간다 만화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역대 순정만화 중에서 최고가 아닌가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순정만화 시리즈 중에서는 바보를 가장 좋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의 모든 순간을 보면서 순위가 뒤집혔다. 

후반부의 임팩트가 강렬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본좌의 경지에 이른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는 능력은 그야말로 최고. 무엇보다도 계속 언급했지만 극한 상황의 소재를 이런 식으로 녹여낸 그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