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조각사

                                                                

                                      
 달빛 조각사 1
 4점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단일작품으로 20권이 넘어가는 작품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20권이 넘어가는 작품을 쓰는 작가도 힘들겠지만 20권 이상 나오기 위해서는 소설의 판매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장르문학계에서도 단일 작품으로 20권을 넘긴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묵향, 비뢰도, 군림천하, 황제의 검, 오라전대 피스메이커 정도랄까?

그런 면에서 20권을 넘긴 달빛조각사는 작품의 완성도 면을 떠나서 작품 자체의 인기는 어느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밖에서라면 내 취향과는 그리 부합하지 않기에 읽지 않았을 소설이지만 입대 후 장르문학을 읽는게 어려운 현실 속에서 가끔씩 보이는 장르문학의 유혹은 이기기 쉬운게 아니었다.

결국 밖에서와는 달리 '그저 감사합니다, 굽신굽신'이라는 심정으로 보게 된 달빛조각사.

보면서 이 작품이 왜 그리 인기가 많은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작품을 확실히 재미가 있다.

전형적인 한국식 게임 판타지 소설의 룰, 그러니까 겉으로는 독해 보이지만 속은 착한 캐릭터가 광랩을 통해 킹왕짱된다는 스토리지만 그 안에 연계퀘스트나 조각사라는 요소를 불어넣음으로서 전형적인 게임 판타지와는 약간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나 연계퀘스트라는 요소는 하나의 퀘스트가 종료되고 그 다음 퀘스트가 바로 이어지기에 다음 퀘스트의 해결방법이 궁금해서라도 계속 책을 넘기게 만든다.

그리고 조각가로서 발전해나가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단순 레벨업과는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주인공의 레벨업 과정을 인기 좋은 게임 TV에서 방영하고 그로 인한 다른 게이머들의 열광적은 방영을 보여준다. 그로 인해 보는 이는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달빛조각사는 킬링타임용으로서는 어느 정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호평을 내리기에는 단점이 너무 많은 작품이다.

일단 가끔씩 나오는 어이없는 상황들.

1권에서 주인공이 게임을 하게 된 계기는 과거 즐겨하던 게임의 캐릭터를 판 돈이 꽤나 두둑했는데 이 돈을 사채업자한테 몽땅 뜯기게 된 후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달빛조각사의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황당한 건 오가는 돈의 단위가 몇십 억 단위;;;

처음 볼 때는 '아, 여기가 웃음포인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했다.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해서 물가가 뻥튀기되었나 생각해보아도 게임 캐릭터 판 돈 30억으로 집도 마련하고 할머니 병원비도 마련했다는 걸 보면 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아닌데;;

또, 우연히 여동생의 학교에 가게 된 주인공이 서바이벌 게임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고 인터넷에 영상이 뜨게 된다. 그리고 붙은 호칭이 공주의 기사던가(...)

이 쯤 되면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어느 부자 노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연루되어 얼음조각상을 조각하고, 주인공이 수련했던 도장에서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수련을 위해 게임을 시작하는 걸 보면 작가가 이 게임을 만병통치약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야기가 재밌게 진행되다가도 가끔씩 등장하는 이런 생뚱맞거나 유치한 이야기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여기서 웃으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 엔딩까지 확실히 이야기를 잡고 시작하지 않는 글들의 특징도 이 책에서는 잘 들어난다. 끝없이 등장하는 신캐릭터들. 어떤 파티와 헤어지고 나면 또 다른 일행이 등장하는 식인데 작가가 차마 캐릭터들을 버리지는 못하겠는지 일행의 규모는 점차로 커져가고 각각의 비중은 갈수록 떨어진다.

그 밖에도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핸 무리한 이야기 진행과 억지설정들은 책을 읽는데 자꾸 브레이크를 건다.

내 생각에 달빛조각사는 쉐이크통에 한국 장르문학의 악폐습들을 몽땅 넣어 섞은 후 그 위에 몇몇 재밌는 설정을 얹어 그럭저럭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데 성공하여 어느 정도의 인기를 얻었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한 책으로 보인다.

  • kp 2011.01.18 17:40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래도 이책만한게 별로 없는게 현실이기에;;

    • 성외래객 2011.01.18 18:15 신고 수정/삭제

      그래도 최근 나오는 대여점계 판타지 중에서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더군요. 저 역시 이 부분은 인정하고요. 안타까운 건 거기서 몇발짝만 더 내딛으면 보다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은데 자신의 한계에서 계속 돌고도는 느낌인지라;

  • 쩌비 2011.04.24 00:54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런 '성장'이 마음대로 되면 이미 인간이 아니랄까... 저는 '소설'특성상 어느정도 뻥이 있다는걸 생각해서 캐릭터값이나 아이템값은 무시하기로...(그리고 검치들의 게임 시작은 검치가 옛날 동심 떠올려서 다른사람 다 끌고 간것. 나중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바뀌고)

    • 성외래객 2011.04.25 19:22 신고 수정/삭제

      음 성장이랑 검치는 무슨 이야기신지요? 제 글에 그런 이야기는 없는 것 같은데;;
      뭐, 그냥 읽기에는 괜찮은 소설이라 생각합니다만;

  • 젠틀맨 2011.06.21 05:34 ADDR 수정/삭제 답글

    솔직히 너무 유치하더군요.
    글쓴분의 리뷰에 백프로 동감합니다.

    • 성외래객 2011.06.21 20:53 신고 수정/삭제

      이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란 걸 감안하면 너무 유치한 부분이 많죠; 보면서 볼만하다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들 때문에 손발이 많이 오그라들었습니다(...)

  • Yurian 2011.11.19 23:50 ADDR 수정/삭제 답글

    점점 전형적인 한국 게임판타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죠.
    게임판타지들 중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고 좋아도 볼 정도인데...

    • 성외래객 2011.11.20 20:00 신고 수정/삭제

      나름대로 참신한 요소들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전개나 캐릭터 구성 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 소설이죠. 총 판매량이 20만부를 넘었다고 하니 2000년대 후반에 나온 장르문학 중에서는 가장 선전하는 축에 든다고 볼 수 있겠네요;

  • ㅎㅎㅎ 2011.11.22 00:40 ADDR 수정/삭제 답글

    제가 유일하게 판타지 중에서 안보는 장르가 게임판타지인데 그 이유가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충격이 너무 컸던 덕분이죠. 게임 판타지 장르가 정립되기 전에 이미 후세작들을 올킬할 역사적 작품이 나와버렸으니 그저...ㅎㄷㄷ 이거 읽고나니 다른 게임판타지들은 그냥 애들 장난같다는 생각만 들뿐입니다...-_-;;

    그래도 이 달빛조각사는 언젠가 시간내서 한번쯤 읽어볼 생각입니다. 안읽고 지나치기엔 유명세가 상당한것 같더군요. 그런데 유치한 면이 있다고 하니 좀 불안하네요. 개인적으로 재미없는건 참아도 유치한건 못 참아서리..-_-;;

  • ㅎㅎㅎ 2011.11.22 00:59 ADDR 수정/삭제 답글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 하나 적자면, 게임판타지가 여타 다른 판타지 장르들에 비해 갖고 있는 단점은 소위 '긴장감'이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속에서 죽어도 그건 캐릭터가 죽는거지 플레이어는 영향이 없죠. 그렇다보니 독자 입장에서도 자연히 그냥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주인공 캐릭이 죽으면 '아 죽었네..' 하면서 별 감흥도 없고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고 감정이입도 안되고...더욱이 '게임'이라는 한정된 소스로 닫힌 그 세계관을 보고있자면 판타지라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전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장르가 아닐까 하는....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위에서도 잠깐 썼지만 그래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게임판타지 장르에서 정말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작품인듯 합니다. 이 장르의 선구자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미 이러한 매너리즘에 빠질 게임 판타지들의 대안을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냥 게임을 게임으로써만 즐기고 끝낼 요량이라면 실제로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말지 그걸 책으로 읽는다는건 영 아닌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지고 두서도 없어진것 같네요. 요컨대 저런 훌륭한 선구자적 작품이 있었음에도 거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단순한 흥미위주로만 흘러간 그 후세작들을 보고있자니 그저 답답해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그냥 뻘소리라 생각해 주세요..하하-_-;;

    • 성외래객 2011.11.22 22:40 신고 수정/삭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그야말로 갑이죠. 저도 처음 읽은 게임판타지가 옥스나칼니스의 아이들인데 그 이후로는 어지간한 게임판타지는 눈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확실히 게임판타지는 언급하신 부분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지긴 합니다.
      본래 이성현 작가의 크라나다가 개념 게임판타지가 될 수도 있었는데 3권에서 미완으로 끝나버리는 바람에(...)
      그리고 그나마 볼만했던게 더월드인데 이게 사실 한국 게임판타지의 안 좋은 요소는 다 끌어안고 있습니다. 이쪽계열의 선두주자인지라; 그냥 볼만은 하더군요.
      아, 괜찮은 게임 판타지 원하시면 크리스 크로스-혼돈의 마왕 추천드립니다. 일본 라이트노벨로 단권인데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 중반부부터 게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는 법칙이 적용되어서 꽤나 흥미진진합니다. 다만 엔딩이 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