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정봉주

                      
                      달려라 정봉주
                     6점

2011년 대한민국의 정치적 이슈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나는 꼼수다'다.

나는 꼼수다는 작년 4월 말부터 방송을 시작한 이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점차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그 영향력도 커져서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에는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는 꼼수다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떠나서 이 방송의 영향력 자체는 인정할 거라 생각한다.
 
이렇듯 나는 꼼수다가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데에는 이 방송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도 사안이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4인방에 입담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나는 꼼수다의 청취자들에게 이 4인방은 모두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 중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나꼼수 초반부터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정치적 사안을 특유의 깔대기 화법(...)을 통해 들려 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받게 된 사람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꼼수를 듣기 전에는 정봉주라는 사람을 잘 몰랐다.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나꼼수가 유명해지면서 그의 이름을 듣게 되었을 때고, 이후 그의 지역구가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위치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고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나꼼수를 듣기 시작하면서 정봉주 전 의원 특유의 화법에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달려라 정봉주는 이러한 나꼼수의 인기를 토대로 나오게 된 책인데, 김어준 총수부터가 인정했듯이 사실은 올해 4월에 있는 총선을 염두하고 나온 책이기도 하다. 다만 그가 본격적으로 수감되면서 앞으로의 정치적 행방은 불투명하게 되었지만.

달려라 정봉주는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첫번째 장에서는 이 책이 나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나꼼수의 숨겨진 이야기를, 두번째 장에서는 정봉주 개인의 인생사를, 세번째 장에서는 현재 정치적 상황에 대한 진단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나꼼수에서 다뤘던 주제들을 좀 더 깊숙하게 살펴본 후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아마 나는 꼼수다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꼼수를 듣는 사람이라면, 나꼼수의 탄생비화를 비롯한 숨겨진 뒷이야기들은 충분히 흥미를 느낄만하며 4장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나꼼수 보충학습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나꼼수의 팬이라면 한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의 컨셉 자체가 뭔가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놓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에 초점을 맞춰서 그런지 책 자체도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읽으면서 지루하다거나 막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과 나는 꼼수다에 대한 관심을 뒤로 밀어두고 순수하게 책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우선 아쉬운 지점은 이 책의 정체성이다. 앞에서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고 앞서 언급했는데 이 책의 내용을 크게 둘로 나누면 정봉주 전 의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정치적 사안에 대한 견해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리 분량이 많지 않은 책에서 두 가지 사안을 다루려다보니 두 가지 부분 모두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했다는 거다. 물론 겉핥기 정도에 그친 건 아니지만 분량 때문인지 이야기를 좀 더 심도 있게 파고들어가지 못한 부분은 확실히 아쉽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직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에는 경력이나 실력이 부족했다고 생각되었다면 차라리 과감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어느 정도 배제하고 철저하게 정치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했으면 내용이 좀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아니면 나꼼수를 비롯한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전개했어도 내용이 한층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역시나 전문적으로 글을 써오던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나는 꼼수다에서 보여주었던 정봉주 특유의 화법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정봉주 전 의원은 책에서도 나는 꼼수다에서 그러했듯이 특유의 화법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색깔을 글을 통해 들어내긴 해야겠는데 그러긴 쉽지 않고 어떻게든 넣으려고 하다보니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강해보였다는 거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이 책의 흥미를 약화시켰다. 앞서 언급했듯이 책 자체는 술술 읽혔지만, 말 그대로 책 내용이 잘 들어왔을 뿐, 독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부분은 없었다.

결국, 이 책은 나는 꼼수다의 인기를 타고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정봉주 전 의원 자신이 전문적으로 글을 써오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한계를 노출한 걸로 보인다.  

한가지 책 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정봉주 전 의원이 이 책을 출간한 이후 수감되었기에 '달려라 정봉주'라는 책의 제목이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그의 수감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분노와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있자면, 그가 지금의 좌절로 멈춰설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에필로그에서의 말처럼 이런저런 시련들을 겪는 와중에도 달려왔던 그가 아닌가?

비록 지금은 시련을 겪고 있지만, 이 또한 한 때일테니, 그의 달리기는 멈추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의 빠른 복귀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