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 트릴로지의 완결, 그리고 영웅의 완성

 

치명적인 스프일러는 없지만 어느 정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2년 영화계에는 유독 기대되는 작품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은 작품은 역시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였다. 배트맨 비긴즈는 헐리우드에 한동안 리부트 열풍이 불게 만든 작품이고, 2번째 작품인 다크 나이트는 히어로 무비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평단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했으니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데다가 다크 나이트 이후 발표한 인셉션 역시 흥행과 평가의 두마리 토끼를 잡았기에 배트맨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는 커져만 갔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다크 나이트의 후속작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갈수록 기대감은 높아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7월, 수많은 영화팬의 기대를 안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했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평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다크 나이트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러한 평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인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스케일은 전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단일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대서사시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영화는 3시간이 안 되는 분량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는 기존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다뤄지는데, 문제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정된 시간 속에 담으려다보니 작은 부분이지만 반드시 다뤄져야하는 이야기들이 생략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영화는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고 있지만, 아무래도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드는게 사실이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대체로 무리수였다는 평이 많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처음에 사전정보가 하나도 없었기에, 반전을 보고 놀라긴 했지만, 이후 곱씹어보니 아무래도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인물 간의 관계를 조금만 변형했어도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반전의 효과도 톡톡히 줄 수 있었을 텐데, 이 작품에 나오는 반전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렇듯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스토리의 전개 과정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아무래도 다크 나이트에 비해서는 아쉬운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건 간의 연결성이나 전개 과정은 확실히 다크 나이트에 비해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 전체를 꿰뚫는 스토리 자체는 전작 못지 않은 힘이 실려있었다.

  

  놀란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에 앞서 이 작품은 다크 나이트보다는 배트맨 비긴즈에 가까운 작품이 될 거라는 말을 했다. 사실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이라는 영웅을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히어로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이 지점으로 인해 다크 나이트가 호평을 받는 것이지만, 기존의 히어로물에 비교했을 때, 확실히 다크나이트의 이야기 구조는 독특했다. 그런 반면, 배트맨 비긴즈는 영웅의 탄생과정을 그려낸 히어로물다운 서사를 가진 작품이었다. 즉, 놀란의 발언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히어로물의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영화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몰락했던 영웅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제목 그대로 '라이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서사는 비긴즈의 방식을 따라갔지만, 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크 나이트를 따라갔기에, 이 영화에는 전반적으로 전작과 같은 진중함이 흐른다.

 

  모든 것을 잃고 몰락한 영웅은 자신이 목숨 바쳐 지켜낸 도시, 고담을 다시 한 번 구원하기 위해 돌아온다. 그러나 영웅은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는다. 그와 함께 일어난 사람들이 있었다. 진실을 외면하고 괴로워하던 고든이, 배트맨을 배신했던 셀리나가, 배트맨의 진실을 믿었던 블레이크가, 그리고 일신의 안전을 꾀하던 폴리가 같이 일어난다. 항상 밤의 어둠을 틈 타 외로운 전투를 벌이던 배트맨이 한낮에 경찰들과 함께 싸우는 장면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그리고 배트맨이 마지막에 고든을 향해 던진 한 마디, 어린 아이의 어깨에 코트를 걸쳐주며 세상엔 많은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영웅이라는 말은 모두가 일어나 함께 싸운 마지막 전투와 어울려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8년간 시민들에게 잊혀졌던 영웅은 돌아와 자신의 바람대로 하나의 표상으로 남는다. 배트맨 비긴즈가 영웅의 탄생을, 다크 나이트가 영웅의 고뇌와 진정한 영웅으로서의 성장을 보여주었다면, 결국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보여주고 있는 건 영웅의 완성이다. 그리고 자신이 꿈꾸던 영웅이 완성되는 순간, 브루스 웨인은 오랜 세월 잃어버렸던 행복을 되찾게 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세세하게 들어가면 전작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스토리 상의 개연성의 문제를 떠나 장면장면에서도 의아함이 드는 장면도 어느 정도 존재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놀란은 놀란이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된 배트맨의 이야기는 일관된 흐름으로 이어져 다크 나이트로 연결되었고 마침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방점을 찍었다. 단일작으로서의 완성도는 역시나 아쉬움이 남지만, 트릴로지의 완결편으로서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훌륭했다.

 

p.s

  이 영화에서 가장 웃겼던 대목은 역시나 스캐어크로우(허수아비)가 등장하는 장면. 다크 나이트에서도 얼굴을 비춰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었기에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장면에서 튀어나왔다. 추방으로 인한 죽음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개그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