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꼭 봐야지라고 생각한 영화 중 하나가 바로 배트맨 비긴즈2-다크나이트였다.
배트맨 비긴즈를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라하면서 봤던 지라 2008년 개봉소식을 듣자마자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미국에서 개봉된 후 들려오는 호평의 연속과 빠른 흥행속도.
덕분에 지난 번에 에반게리온-서를 본 이후로는 극장에 잘 안 갔고 가더라도 개봉한 후 한참 후에나 갔었는데 다크나이트의 경우 개봉 2일 만에 바로 극장으로 갔다;
......
......아, 이거 진짜 쫌 짱인듯.
아니 그냥 짱이라는 말만으로는 표현이 안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이후 이렇게까지 나에게 큰 임팩트를 주는 히어로물이 있을 줄이야...
또,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경우 철저하게 히어로물로써 나에게 즐거움을 줬다면 다크 나이트의 경우 겉으로는 히어로물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히어로물 답지 않은 우울함과 철학적인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다크나이트는 기존의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볼거리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무언가가 다크나이트에게는 있다.
스토리의 경우 참 여러모로 사람 뒤통수 쳤던 게 영화가 중반부에 들어설 무렵 난데없이 고든이 죽어버린다.
서장을 보호하다 죽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동료들도 슬퍼하고 가족들도 울고 배트맨도 우울해보여서 "아니 뭐 이렇게 허무하게 조연급 캐릭터가 가버리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후에 하비를 운송하는 경찰차량에서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경찰이 있기에 조커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잠시 후 쓰러진 배트맨을 대신해 멋지게 조커를 제압하는 고든 형사;
그래서 이제 영화 끝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납치된 하비와 레이첼.
여기서 진짜 사람 뒷통수 제대로 친 게 고든이 생존을 안 직후였기에 당연히 둘 다 안 죽을 줄 알았는데 레이첼이 죽어버린다ㅡ.ㅡ;
......무려 1,2편에 걸친 여주인공이 꽤나 충격적으로 죽어버리다니...;
보면서 이거 정말 히어로물인가라는 생각이 물씬물씬;
그래도 설마 아닐거야, 안 죽었을 거야, 고든처럼 다시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죽은 거였다;
이 때부터 정말 이거 기존 히어로물과는 진짜 틀리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에 배 두편에 폭탄 장착하고 둘 중 하나는 죽어야된다라는 상황이 되었을 때 다른 영화면 몰라도 이 영화에서는 진짜로 두 배 중 하나가 폭파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죄수분, 잠깐의 등장이었지만 포스 넘치는 한 장면
"당신이 10분 전에 하지 못했던 일을 대신해주지."
하면서 폭탄 스위치를 던져버리는 장면에서 또 다시 뒤통수;
또 시민들이 탄 배에서 처음부터 강경하게 나오던 시민이 두려움에 떨며 폭탄 스위치를 내려놓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전에 캐릭터에 대해 언급하자면...
일단 조커.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가 정말 후덜덜하다는 소리를 듣긴 들었지만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매트릭스2였던가. 거기 광고문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였는데 히스레저의 조커가 그랬다.
처음 등장부터 포스를 풍기기 시작하고, 초반에 어떤 갱을 잡고 "왜 그리 심각하지?"라고 묻는 장면부터...
조커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압도'당했다.
진짜 저놈은 순수한 악이고, 진짜 나쁜 놈이다라는 생각에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긴장되었다. 사실 조커는 약하다면 약한 놈인게 여주인공한테도 두들겨맞고 배트맨에게도 꽤나 두드려맞지만...그래도 진짜 무섭다.
저 놈이라면 정말 어떤 미친 짓이라도 할 것 같다라는 생각.
실제로 조커가 죽인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고, 또 잔인하게 죽이는 방식을 선호하는 캐릭터도 아니지만 그가 나타나면 그야말로 압도당한다.
특유의 입맛 다시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고 후반부 배 폭발을 제외하고 그가 원하는 대로 일이 처리되었기에 더 무서웠다.
특히 그야말로 열혈정의검사였던 하비를 그렇게 타락시켜버릴 줄이야...
하비 역시 정말 인상깊은 캐릭터였는데 처음부터 열혈정의검사 역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그 역을 맡은 배우분이 참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준지라 여러모로 괜찮다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후반, 연인이었던 레이첼과 얼굴의 반쪽을 잃은 투페이스 하비의 모습은...정말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어떠한 네타도 보지 않았기에 하비가 그렇게 타락할 줄도 몰랐고 타락한 이후, 그렇게 악한 모습을 보여줄 지도 몰랐다.
히스레저의 그야말로 신들린 조커 연기에 조금 묻힌 감이 있긴 하지만 하비 역시 정말 대단한 캐릭터였다.
정말 하비라는 캐릭터에 몰입해있었기에 레이첼의 죽음은 그렇게까지 슬프진 않았지만 레이첼의 죽음으로 인해 하비가 타락해가는 모습은 슬펐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배트맨은 조커도 잡고 하비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하비를 막아냈다.
그렇지만 이야기 결말에서 고든이 한 말처럼 배트맨은 조커에게 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배트맨은 사람들의 희망을 지키기위해 자기 스스로가 하비의 죄를 뒤집어썼고 그야말로 다크나이트가 되었으니까.
보통 히어로물을 보고나면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난 느낌이었는데 다크나이트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줬고 덕분에 재밌었다라는 느낌과 동시에 조금은 우울한 기분도 가지게 되었다.
또, 히스레저의 죽음에 대해서 예전에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이었지만 보고난 이후의 감정은 진짜 정말로 아쉽다는 감정이다.
저런 배우가, 더군다나 젊은 배우가 이리도 빨리 가다니...
히스레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순수한 악 그 자체였던 조커 역에 너무나 몰입해있었기에 히스레저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환상적이었다.
다크나이트에서는 조커가 죽지 않고 이야기를 끝맺는데...
모르겠다, 제작진이 후속작을 생각하고 그랬는지 아니면 이야기 상 그냥 그렇게 한 건지.
어쨌든, 앞으로 배트맨 후속작이 나오더라도 오랫동안은 조커의 모습을 보지 못할 것 같다.
히스 레저 급의 연기를 보여줄만한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한에야...
전 히어로물 영화는 싫어하는 편인데, 이건 진짜 와 개쩔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군대에서(ㅜㅜ) 이 영화를 봤었는데요. 정말 그 엄청난 몰입감.....중대원들과 무지하게 집중해서 봤던 영화입니다. 아아 히스레저...ㅠㅠ
배트맨 비긴즈를 재밌게 보기도 했고, 다크나이트 평도 워낙에 좋아서 기대를 잔뜩하고 가서 기대 이상을 느낀 영화죠.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요즘에도 케이블에서 해주면 보곤 하는데 봐도봐도 정말 재밌더군요. 내년에 후속작이 나온다는데 그것도 기대가 정말 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