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죽였다(2009) - 더욱 정교해진 독자와의 대결

  명탐정의 규칙을 통해 추리소설 계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비꼬았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같은 해,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통해 자신의 비판대상 중 하나였던 특정 독자층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실험정신은 파격적이었지만 신선했고, 그동안 드라마는 괜찮았지만, 추리 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가가 형사 시리즈의 작품 중에서는 처음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케이스였기에  그의 도전은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가 그를 죽였다'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독자들에게 두번째로 던지는 도전장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내가 그를 죽였다'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가가 형사 시리즈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두 작품은 전반적으로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내가 그를 죽였다'는 한층 정교해진 모습으로 독자들을 맞이한다. '내가 그를 죽였다'는 작품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용의자 3명의 1인칭 시점을 번갈아 사용하며 극을 이끌어나간다. 이들은 서로 '내가 그를 죽였다'고 고백하며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사건의 트릭 역시 세명의 용의자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어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특히 극후반 사건 관련자를 모두 모아놓고 대질심문을 하는 과정은 이 작품의 백미로, 범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증언들로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전개를 보여준다.  

 

  '내가 그를 죽였다'는 전반적인 구조만 놓고본다면 전작을 답습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전작과는 다른, 하지만 더욱 정밀해진 트릭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전작을 단순 복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전작 못지 않은, 흥미로운 작품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