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Z건담(1985) - 건담월드의 확장

 

  1979년 발표된 기동전사 건담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큰 획을 그었다. 기동전사 건담은 리얼로봇물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건프라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기동전사 건담은 단일 애니메이션으로는 너무나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기에, 후속작 이야기가 나온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기동전사 건담의 후속작은 자그마치 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 등장하게 되는데,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만, 여기에는 감독이었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의사가 어느 정도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토미노 요시유키는 참신한 시도에 가치를 두어온 감독이다. 그렇기에 전작의 성공에 기대어 기동전사 건담의 후속작을 만든다는 게 그리 탐탁치 않게 여겨졌을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길이 남을 성공을 기록한 기동전사 건담의 후속작이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등장하게 된 데에는 토미노 요시유키의 이러한 성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어찌되었든 토미노 요시유키는 6년 만에 기동전사 건담의 후속작을 감독하게 되었는데, 그 후속작이 바로 1985년 발표된 ‘기동전사 Z건담’이다. 그러나 토미노는 기동전사 Z건담이 그저 전작의 후광에 힘입은 후속작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두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실 후속작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상하는게 전작의 주인공이 재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토미노는 전쟁이 주 소재인 기동전사 건담의 특성을 이용해 기동전사 Z건담을 일종의 연대기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기동전사 건담으로부터 7년 후에 일어난 우주세기의 세번째 전쟁 '그리프스 전역'을 주 무대로 다루고 있는 기동전사 Z건담은 전작의 인물들이 일부 등장하긴 하지만, 샤아와 브라이트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새로운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기동전사 건담의 주인공 아무로 역시 모습을 비추긴 하지만, 작중에서 큰 활약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연대기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준 기동전사 Z건담의 이야기 방식은 이후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30년간 유지될 수 있는 중요한 뼈대가 되었다. 굳이 아무로를 등장시키지 않더라도 새로운 주인공으로 새로운 시대를 다루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뻗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동전사 Z건담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했기에, 역습의 샤아에서 건담 초기 4부작의 내용이 완결된 이후에도, 건담 시리즈는 이어질 수 있었으며, 나중에는 헤이세이 3연작이나 신건담과 같은 비우주세기 시리즈까지 등장하게 된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봤을 때, 기동전사 Z건담은 이후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행보를 결정지은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연대기적 구성으로 건담 세계관의 확장을 꾀한 기동전사 Z건담은 작품 내적으로 전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여러가지 요소를 도입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복잡해진 세력 구도다. 사실 기동전사 건담의 세력구도는 지구연방, 지온이라는 양대 세력의 대결 구도가 진행되었기에 세력 구도가 단순한 편이었다. 하지만 기동전사 Z건담은 처음에는 지구연방 내부의 에우고, 티탄즈의 내전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다가 지온의 잔당인 액시즈가 개입하며 세력 구도가 다소 복잡해졌다. 여기에 에우고의 조력자 역할이긴 하지만, 카라바까지 개입하게 된다. 그렇기에 전작에 비해 스토리 전개도 복잡해졌는데, 이로 인해 초반부는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내용 파악이 어렵다. 하지만 각 세력, 그리고 인물 간의 대립구도가 어느 정도 정립되기 시작한 중반부 이후로는 전작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이러한 세력구도의 개편은 앞서 언급했던 연대기적 구성과 맞물려 건담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작은 예를 하나 들자면 기동전사 Z건담 이후에 등장한 우주세기 외전 '스타더스트 메모리'는 기동전사 건담과 기동전사 Z건담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기동전사 Z건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티탄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다루고 있다.

  이렇듯 기동전사 Z건담은 건담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작품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중 최고의 명작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각 작품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지만, 대체로 기동전사 Z건담은 명작으로 분류되는 편이다.

 

  전작 기동전사 건담을 전쟁을 통한 소년의 성장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아무로로 대변되는 소년의 성장과정에는 슬픔도, 비극도, 좌절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성장의 한 과정으로 묘사되며, 결국에는 아무로가 정신적인 성장을 이룬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반면, 기동전사 Z건담은 소년의 성장보다는 전쟁으로 인한 파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작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던 전쟁의 비극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기동전사 Z건담의 주인공 카미유는 수많은 비극 속에서 점차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물론 이야기 중반부에는 상당히 예민했던 성격을 다스리며 조금 성장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 때의 모습은 소년이 성장했다기보다는, 소년이 점차 현실에 지쳐간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리고 결국 기동전사 Z건담은 건담 사상 초유의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단순히 등장인물이 죽고살고를 떠나 너무나도 암울한 엔딩이기에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종일관 전쟁으로 인한 파멸과 그로 인한 비극을 다뤄온 기동전사 Z건담이기에 작품의 완성도로 보자면 더할 나위없이 적절했던 엔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기동전사 건담은 엔딩에 이르기까지 처음 목표로 했던 주제를 효과적으로 그려내었지만, 스토리 상의 몇몇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표적인게 바로 아무로와 샤아가 아직도 라라아 슨에게 집착하고 있는 부분이다. 라라아 슨과 얽힌 사건은 전작에서 아무로와 샤아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기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이야기의 말미에는 어느 정도 충격을 이겨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동전사 Z건담에서 아무로와 샤아는 여전히 라라아 슨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아무로와 샤아의 트라우마는 역습의 샤아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시리즈 전체로 보자면 라라아 슨이라는 존재는 아무로와 샤아의 라이벌적 구도를 더욱 확고히하는 일종의 장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에서 이미 극복해낸 시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무로와 샤아의 모습은 아무래도 개연성이 떨어져보인다.

 

  기동전사 Z건담에서 카미유의 라이벌로 등장한 제리드도 아쉬움이 남는다.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된 카미유와 제리드의 경쟁 관계는 서로가 서로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여가며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가며 기동전사 Z건담의 최종보스 팝티머스 시로코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제리드의 비중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결국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전작 기동전사 건담에서 아무로와 샤아라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길이 남을 라이벌을 만들어낸 것을 생각할 때, 오히려 제리드라는 라이벌의 존재로 인해 이야기의 완성도가 떨어진 기동전사 Z건담의 전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기동전사 Z건담은 전쟁으로 인한 파멸이란 주제를 50부작 안에 잘 녹여내었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도만 놓고 보자면 전작에 못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도 탄탄하게 전개되었다. 그와 동시에 건담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면서 이후 시리즈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대로 이야기의 세밀한 부분의 완성도가 떨어진 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기동전사 Z건담은 단순히 후속작들에 대한 기반을 닦아놓은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후속작이 나오는데 관여하게 되는데 이는 기동전사 Z건담에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동전사 Z건담에서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이었던 티탄즈와의 대결, 그리고 카미유 개인의 이야기는 종료가 되었지만, 이야기 중반부에 모습을 드러낸 액시즈와의 대결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또한,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도 기동전사 Z건담에서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마무리되지 못한 이야기는 두 개의 후속작으로 이어진다. 액시즈와의 대결은 기동전사 Z건담 직후의 이야기를 다룬 기동전사 건담ZZ에서, 그리고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은 기동전사 건담:역습의 샤아에서 마침내 끝을 맺게 된다. 단순히 세계관을 확장시킨 것을 넘어, 두 개의 후속작이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외전 스타더스트 메모리도 사실상 이 작품을 통해 등장할 수 있었으니,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서 기동전사 Z건담의 위치는 기동전사 건담 못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