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ZZ(1986) - Z건담에 갇혀버린 우주세기의 세 번째 건담

 

  기동전사 건담ZZ은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최초의 직계 후속작으로서 방영을 시작하였다. 이는 전작인 기동전사 Z건담이 이야기를 마무리짓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하여 기동전사 건담ZZ는 연대기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뤘던 전작들과는 달리 기동전사 Z건담과 연속선상에 놓인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기동전사 건담ZZ은 기동전사 Z건담으로부터 고작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동전사 건담ZZ은 방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한 가지 부담을 안게 되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전작 기동전사 Z건담의 우울한 분위기였다. 기동전사 Z건담은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넘어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우울한 분위기와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 작품으로,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긴 했지만, 아무래도 작품의 색깔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반복한다는 건 아무래도 기동전사 건담ZZ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 기동전사 건담ZZ는 작품의 색깔을 큰 폭으로 바꾸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토대로 마침내 등장한 기동전사 건담ZZ의 모습에 팬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기동전사 건담ZZ의 분위기는 전작과는 달리 너무나도 유쾌했다. 아니, 유쾌함을 넘어 유치하기까지 했다. 기동전사 건담ZZ에서 새롭게 등장한 주인공 쥬도 아시타를 포함한 샹그리라 칠드런들은 다소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전작에서 치열한 전투 끝에 살아남은 아가마의 승무원들은 시종일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악역들도 마찬가지라, 마슈마 세로를 비롯한 기동전사 건담ZZ의 악역들은 나름대로의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던 전작의 악역들과는 달리, 그야말로 이렇다할 목적도 의지도 없는 삼류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극단적일 정도로 뒤바뀐 분위기에 팬들은 크게 반발했다. 기동전사 Z건담의 진중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전작에서라면 상상하기조차 힘든 유치한 전개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기동전사 건담ZZ의 모습을 팬들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한, 기동전사 건담ZZ은 기동전사 Z건담이 종영된 후, 곧바로 방영을 시작해서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것인지, Z건담에 등장했던 기체들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점 역시 팬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제타 건담, 백식, MK-2와 같은 기체들은 전작에서도 주역 기체들이었기에 팬들에게는 낯익은 기체였는데, 아무리 직계 후속작이라고는 해도 새로운 기체의 등장없이 전작의 기체들을 그대로 사용한 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이렇듯 방영 초부터 혹평에 시달린 탓인지, 기동전사 건담ZZ는 하만 칸이 등장할 때부터 서서히 분위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Z건담의 진중한 분위기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작중 주요인물들은 Z건담 못지 않게 죽어나가기 시작했으며, 액시즈가 콜로니를 낙하시키는 등 전쟁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는 기동전사 건담ZZ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어떠한 작품이든 간에 작품 내에서 극단적으로 노선이 바뀔 때, 그럴 듯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작품의 노선변경은 개연성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기 어렵다. 물론 기동전사 건담ZZ는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전환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기동전사 건담ZZ의 급작스러운 노선 변경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물론 기동전사 건담ZZ는 단순히 폄하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인 게 사실이다. 기동전사 건담ZZ는 전작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리했으며, 사상 초유의 비극을 보여준 기동전사 Z건담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비교적 희망찬 결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부의 지나칠 정도의 유쾌한 분위기와 중반부 이후 Z건담 못지 않은 진중한 분위기의 불협화음은 기동전사 건담ZZ의 완성도를 떨어뜨렸으며, 초반의 가벼운 분위기를 좋아하던 팬들과 Z건담의 진중한 분위기를 좋아하던 팬들 모두에게 외면받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만약 기동전사 건담ZZ가 기동전사 건담과 기동전사 Z건담의 관계처럼 연대기적으로는 이어지되, 독립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면서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면, 기동전사 건담ZZ가 전반부에서 보여주었던 시도는 다른 평가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도로 우울했던 기동전사 Z건담의 직계 후속작이라는 굴레로 인하여 기동전사 건담ZZ 전반부의 시도는 혹평을 받아야했으며, 결국 기동전사 Z건담의 우울했던 분위기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결국, 기동전사 건담ZZ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시도하려 노력한 작품이었지만 전작에 갇혀버린 후속작에 그치고 말았으며,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중에서는 다소 이질적인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