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1979) - 전쟁으로 인한 한 소년의 상처와 성장

기동전사 건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탄생한 지 30년이 넘어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통해 건프라라는 프라모델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최근작들이 예전만 못한 성과를 거두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방영을 시작하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흔히 첫번째 건담이라 하여 퍼스트 건담이라 불리는 1979년도작 기동전사 건담이다.

  지금이야 30년이 넘게 이어진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방영 초창기만 하더라도 기동전사 건담은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은 아니었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리얼로봇물의 효시격으로 알려져있긴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개념은 그렇게까지 익숙한 개념이 아니었고, 건담의 제작진 역시 구체적으로 리얼로봇물의 형태를 구상하고 제작에 착수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건담의 인기는 높아져 갔고, 결국에는 30%에 육박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길이 남을 시청률을 남겼다. 다만 기동전사 건담이 인기를 얻기 전,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이 결정되었고, 이후 다시 연장방영을 고려했지만, 토리노 감독의 의지로 기동전사 건담은 43회로 종영되었다.

 

  30년 전의 작품이지만 지금의 관점으로 봐도 기동전사 건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물론 연출이나 작화, OST같은 부분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긴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담 팬들에게 호평을 받을 정도로 기동전사 건담의 스토리와 주제는 탄탄하다.

 

  먼 미래인 우주세기 0079년, 지구연방과 지온공국 사이에는 1년 전쟁이 발발한다. 본래 지구연방에 속해 있던 사이드3가 자신들을 지온공국이라 칭하며 이른바 독립전쟁을 일으킨 것인데, 전 우주를 아우르는 전쟁이었던 지라,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다. 기동전사 건담은 이 시기, 지온공국의 습격 도중 우연히 막 완성된 건담에 탑승하게 된 아무로 레이라는 소년이 전쟁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사실 이야기의 초중반부만 하더라도 이 작품은 아무로의 성장보다는 전쟁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이트베이스가 지구로 와서 자브로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한 회 분량의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에피소드들은 대개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에피소드가 아무로가 자신의 어머니와 재회하는 부분이었다. 우연히 어머니가 있는 마을을 지나가게 된 아무로는 허락을 받고 어머니를 찾아가 오랜 만의 재회에 기뻐하지만, 그 와중에 지온군 몇 명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이미 전쟁에 익숙해진 아무로는 이들을 죽이려들고, 어머니는 변해버린 아들의 모습에 크게 놀라게 된다. 결국 이 간극은 메워지지 못하고 아무로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아무로의 어머니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울면서 해당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전쟁으로 인해 변해버린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보여준 명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에피소드들과 계속되는 전투로 인해 아무로는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게 된다.

 

  그렇기에 팀을 이탈하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적장이지만 장렬하게 전사한 람바 랄과 동료 류의 희생 등을 통해 아무로는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야기에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아무로는 초창기의 길들여지지 않은 모습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의 후반부에 아무로는 라라아 슨을 만나면서 또 한 번 성장하게 된다. 뉴타입으로 각성한 아무로는 라라아 슨과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나누게 되고 그녀와 깊게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샤아와의 공방 과정에서 라라아 슨은 죽어버렸고, 이는 아무로에게 또 한 번의 상처로 남게 된다. 그래도 기동전사 건담에서는 어느 정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후속작들에서는 평생 동안 라라아 슨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마지막 전투 후 아무로가 동료들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통해 수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한 소년이 정신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사실 기동전사 건담은 30년 전의 작품이라 연출에서 다소 투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기종영의 여파 때문인지 후반부에 지온 공국이 너무 급격하게 무너졌다는 느낌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모습과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한 소년의 진지한 드라마는 퍼스트 건담이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또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후대의 건담들이 너무 복잡해진 설정과 어려운 이야기 전개로 건담의 진입장벽을 높여간 반면, 기동전사 건담은 단선적인 이야기 구조로 비교적 쉬운 내용 전개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당장 바로 뒷작품인 기동전사 Z건담만 하더라도 초반부의 불친절한 내용전개로 시청자에게 난해함을 안겨주지만, 기동전사 건담은 대다수의 에피소드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보통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에 꽤나 이례적으로 느껴진 부분이었다.

  본래 단일 완결작이었던 기동전사 건담은 대히트를 기록한 후, 본래 의도와는 달리 기동전사 z건담이라는 후속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30년 간 이어진 대형 프랜차이즈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래 전 작품이기에 새로 유입된 팬층에게는 그저 건담이라는 시리즈를 있게 해준 작품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도 그러했으니까. 그러나 기동전사 건담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서막을 열고 애니메이션 계의 큰 획을 그은 작품의 무게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 새누 2013.03.04 06:56 ADDR 수정/삭제 답글

    저도 나중에야 극장판하고 TV판을 구해서 봤는데.. 역시 명작은 명작

    • 성외래객 2013.03.04 16:35 신고 수정/삭제

      30년도 넘은 작품이 아직까지도 회자되며, 결국에는 리메이크까지 결정된 걸 보면, 이 작품의 힘을 알 수 있죠.

      물론 지금의 시점으로 봤을 때는 작화, 연출 등이 다소 떨어져보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이야기가 가진 힘은 현 시대에도 매력적이라 생각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