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우연의 역사

                                                             
                                
                            광기와 우연의 역사
                          10점
군대에서 한창 소설만 보다가 역사서적을 읽고싶다는 생각에 책장을 기웃거리다 고르게 된 책.

책의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사를 뒤바꾼 결정적인 역사의 사건들을 정리해놓았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서문에서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너무 재밌게 봤다.

오오, 이런 책이 있었던가라고 할 정도로.

일단 역사적인 사실 자체도 재밌었지만 저자의 필력이 장난이 아니다. 그야말로 사람을 쥐락펴락;; 어지간한 소설보다도 흥미로웠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총 12편의 세계사를 바꾼 장면들이 등장한다.

몇 개의 이야기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재밌는 것도 있었고 어떤 이야기는 그냥 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12개의 에피소드들은 저자의 손을 걸쳐 정말 맛깔나는 이야기로 재구성되었다.

동로마 제국의 최후 편은 나라의 운명을 앞두고 전쟁을 치러야하는 그 비장함이 절실하게 느껴졌고 그 치열한 전투가 작은 문 하나 때문에 끝장났다는게 참 허무했다. 신의 장난이라고 밖에는 안 느껴질 정도로.

헨델 편과 하룻밤의 기적은...정말 위대한 작품은 저런 식으로 탄생하는건가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해주었다.

책에 나온 말그대로 작가는 그저 옮겨적는 도구에 불과한 그 느낌. 솔직히 창작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언젠가 한 번 저런 기분을 느껴봤으면 싶다. 창작자로서 저런 작품들을 창작해낼 때의 기분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12개의 에피소드들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워털루의 세계시간.

부활할 수도 있었던 나폴레옹이 부하의 실수로 인해 패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이 부분에서 저자의 필력이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는 그 1초의 순간을 어쩌면 이렇게 소름끼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사이에 최초로 전선을 두는 이야기로 정말 재밌었다. 인간의 의지란 참 대단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공을 눈앞에 두고 실패하여 세계적으로 욕을 그렇게 먹었는데도 다시 일어서 마침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다니. 결국 성공 이후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남극에 남긴 두 번째 발자국 편.

정말 역사는 2인자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2인자라는 게 이렇게까지 처절할 줄이야. 그것도 단 몇 시간 차이로 1위의 자리를 놓쳤는데.

2번째로 남극점을 찍은 걸 알고 난 뒤 느껴지는 절망감에 오한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세계를 향해 날아간 탄알 편도 괜찮았다. 레닌의 이야기였는데...참 저 때 레닌이 러시아로 들어가지 못했더라면 세계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12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이 책은 정말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더라도 너무나도 재밌는 책이다. 계속해서 언급했듯이 세계사의 한 장면을 포착하여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저자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