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 익숙한 비극의 재정립

 

  2012년 ‘도둑들’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계에는 주연급 배우들을 여러 명 캐스팅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른바 ‘멀티 캐스팅’을 활용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는데, 관상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괌심을 받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실제 흥행성적으로도 이어져 관상은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추석에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관상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데에는 앞서 언급한 멀티 캐스팅 전략으로 관객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한 것과 추석연휴에 이렇다할 작품이 없었던 환경도 한 몫했지만, 역시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영화 자체의 퀄리티가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극의 흐름이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긴 했고, 비극에 비극이 이어되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감정과잉 상태로 흘러간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고려하면 비교적 완급조절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상에서 돋보였던 점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비극을 운명론적인 시각에서 풀어냈다는 점이다. 세조가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계유정난은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한국사의 대표적인 비극 중 하나다.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질 정도로 이야기로써의 계유정난은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익숙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의 위험부담을 안고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상은 익숙함에서 오는 위험부담을 앞서 언급한 관상이라는 운명론적인 시각을 사용함으로써 피해나갔다. 관상은 영화 전반에 걸쳐 운명론적인 관점을 강조하는데, 정작 운명론적인 관점에 가장 근접해있는 관상쟁이 내경이 운명을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다 거꾸러지는 장면은 이미 예정된 비극의 참담함을 더욱 가중시켰다.

  물론 관상이 비극을 운명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관상은 그저 한국의 전통적인 운명론을 한국사에서 가장 유명한 비극에 대입하여 풀어내고 있을 뿐이지만, 익숙한 비극을 관상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새로운 시각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 외적인 이야기지만, 관상을 통해 송강호는 설국열차에 이어 2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의형제 이후 이어지던 부진을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송강호의 전성기 때, 송강호가 맡았던 배역들은 송강호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설국열차와 관상에서 송강호가 맡은 배역들은 대체불가의 느낌까지는 들지 않으며, 관람 후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의 평에서도 송강호의 연기는 좀처럼 언급이 되질 않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송강호의 입장에서는 후속 작품이 중요하게 된 셈인데, 과연 송강호가 전성기의 티겟파워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이후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