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세계 걸리버보이(1995) - 타겟설정이 아쉬운 수작 애니메이션

 

  MBC에서 방영되어 나름대로 괜찮은 인기를 구사했던 애니메이션 ‘모험왕 걸리버’의 원제는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로, 국내에서는 잘 만들어진 추억의 애니메이션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진 기대작 중의 하나였다.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처음부터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동시에 제작되는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을 취했으며,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를 제작과정에 끌어들이는 등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척이나 힘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이렇게 기획단계에서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인지,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현 시점에서봐도 독특한 세계관과 괜찮은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면서도 서로 대립하고, 디스크를 통해 마인더를 소환하며,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환상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의 세계관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들을 잘 버무려 독특한 느낌의 세계관을 연출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러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50회에 걸쳐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주었다.

 

  특히나 사실상 1기의 마지막 부분이라 볼 수 있는 쥬도와의 결전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는데, 이 부분에서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단순히 정신 나간 악역 정도로 묘사되던 쥬도의 불운한 과거를 설득력 있게 풀어냄으로써, 독특한 캐릭터성을 만들어내었고, 작품 초반부터 뿌려두었던 복선들을 빠르게 회수하며, 몰입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사실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의 1기와 2기는 작품의 분위기나 세계관, 그리고 일행의 목적 자체가 큰 차이를 보이기에,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작품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앞서 언급한대로 이 부분을 매끄럽게 연결시켰고, 덕분에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최종보스 할렐루야의 카리스마와 달라진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킬 수 있었다.

 

  이후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2기에서도 쥬도와의 결전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짜임새 있는 전개와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며 기대작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할렐루야와의 최종 결전에서 일곱 개의 마인더가 동시에 소환되어 마지막 대결을 치루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이렇듯 50회라는 긴 분량에 걸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였지만,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계속해서 엇박자를 타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작품의 타겟설정이었다.

 

  사실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세계관과 이야기의 전개만 놓고본다면, 아동보다는 성인, 적어도 청소년이 보기 알맞은 작품이다. 아동을 타겟으로 하기에는 파격적이거나 어려운 전개가 많았기 때문인데, 이상하게도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작품의 주 타겟을 아동으로 잡았다.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가끔 과도할 정도의 유치한 전개를 동반하거나, 인물 간의 갈등구조를 손쉽게 풀어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부분이 작품의 완성도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다루어졌다면 모르겠지만,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의 경우 작품의 주 타겟을 의식한 탓인지, 작품의 분위기를 헤치면서까지 무리수를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밖에도 아동이란 타겟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더욱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제하면서 적당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게 할렐루야와의 결전 이후의 후일담이다.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42회로 할렐루야와의 대결을 마무리한 뒤, 8회에 걸쳐 후일담을 그려내고 있다. 최종보스와의 결전 이후 후일담을 8회에 걸쳐 풀어내는 건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후일담이라고는 하지만 잘만 풀어냈다면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겠지만, 작품의 무게를 잡아주던 할렐루야라는 존재가 사라져서 그런지, 시종일관 유치한 코믹 일변도로 작품을 이어나간다. 물론 오직 코믹함만을 강조한 전개가 나쁜 건 아니지만, 42회에 걸쳐 대체로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해오던 작품이 후일담에서 급격하게 분위기가 변화된 건 역시나 옥의 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앞서 언급한대로, 현재 시점에서 봐도 독특한 세계관과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내용과 맞지 않는 타겟 설정은 작품의 흐름을 헤치거나 가끔식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를 보여주며 작품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물론 공상과학세계 걸리버 보이는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수작이라 불릴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준 작품이지만, 조금만 타겟을 높게 잡았어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기에, 작품의 내용과 맞지 않는 타겟 설정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ㅇㅇ 2014.10.10 23:22 ADDR 수정/삭제 답글

    방금 완결까지 다보고 여기 들어와서 댓글쓰는데저도 좀 비슷한 생각인것 같아요 쥬도우와의 싸움까지가 볼만했고 할렐루야부터는 좀 지루해져가기 시작.. 할렐루야 뒷내용은 딱히 안해도 될 것 같았는데 기껏 어느정도 무게감있게 만든것을
    버린효과밖에 안된것 같아요 과거 mbc때 봤던
    추억의 애니라 다시한번더 봤는데 그래도 볼만은
    했네요 국내 오프닝도 좋았는데 일본판도 만족스럽고 성우진도 대단한것 같은 20년이나 된 작품인데

    • 성외래객 2014.10.26 17:48 신고 수정/삭제

      사실상 내용 상의 1부를 마무리짓는 쥬도우 편 막판에 보여준 전개는 지금봐도 훌륭하죠. 이후 할렐루야 편에 접어들면서 쥬도우 편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운 전개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설정의 독특함이나 연출, 전반적인 구성은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8회에 걸친 후일담은 도대체 왜 필요했을까 싶긴 합니다; 진지하게 진행되었던 본편과는 너무나다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변해버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