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초한지

                   
                     고우영 초한지 세트 - 전8권
                     10점
요즘 고우영 화백의 작품들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3번째로 읽은게 바로 고우영 화백의 초한지다.

이전에 읽은 십팔사략이나 열국지 역시 과연 고우영 화백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명작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보다도 초한지를 한층 더 재밋게 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어린 시절 읽은 아동용, 축약본 등을 포함해서 3~4번 정도 읽어봤지만 초한지를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십팔사략을 볼 때도 워낙에 재밌게 본 부분인지라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고우영 화백의 초한지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었다.
 
물론 여기에는 고우영 화백의 걸출한 실력도 작용을 했겠지만 다른 쪽에서 생각해보면 초한지의 스토리라인이 내 취향에 상당 부분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이야기는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이후부터 시작한다. 만약 이전에 열국지를 읽었다면 후속작을 읽는 느낌이 들 것이다.

어쨌거나 진시황에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차례대로 항우와 유방, 그리고 한신을 보여주며 앞으로 펼쳐질 진나라의 멸망과 초한전을 예고한다. 여기서 고우영 화백은 진시황도, 유방도, 그리고 항우조차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내지는 않는다.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했으나 말년으로 갈수록 광기에 찬 모습을 보이고, 유방은 유들유들해서 사람들이 잘 따르기는 하지만 허풍이 심하고, 겁이 많으며, 일의 경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로 그려진다. 그래도 동네에서 힘좀 쓰는 사람일 때는 인간성은 좋아보이는데 본격적으로 항우와 천하를 놓고 다투게 될 때부터는 온갖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돌아다닌다.

이는 항우 역시 마찬가지여서 강인하고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처음부터 독불장군 적인 면모를 많이 보이고 이는 결국 그가 유방에게 천하를 내주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도 유방보다는 나은 편이라 그의 최후는 무척이나 비극적으로 그려지긴 했다.

반면에 한신은 그림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사실상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다른 버전의 초한지에서도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유독 그런 느낌이 심하지 않았나 싶다. 나오는 비중도 가장 많은 편이고. 그리고 주연급들 중에서 유일하게 8권에 괴철이 한탄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고우영 화백이 직접적으로 한신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부분이 없다.   

그리고 결말 부분이 괴철이 유방에 의해 죽은 한신의 시체를 수습하러 가는 것이니 이 정도면 적어도 고우영 초한지의 주인공은 한신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독보적인 경지에 이른 고우영 화백 특유의 섹드립은 여전하다; 가장 웃겼던 건 후들거리며 나오는 항우를 보며 사람들이 초나라에서 가장 강한 건 우미인이라고 말하는 부분;

어쨌든 앞서도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었던 고우영 화백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재밌게봤던 것 같다. 덕분에 초한지 자체에도 많은 관심이 생겼고. 특히 기존에 이름과 활약상 정도만 알고 있던 한신이란 인물의 매력에 푹 빠져지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