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삼국지

                    
                   고우영 삼국지三國志 세트 - 전10권
                   10점

고우영 화백은 만화가로 데뷔한 이래 무척이나 많은 작품을 그려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도 가장 회자되는 작품은 어떤 걸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우영의 삼국지를 뽑지 않을까?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고우영 화백의 과거 작품들이 하나둘씩 재간되어 지금까지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게 고우영 삼국지고 다음이 고우영 십팔사략이다.

그리고 70년대 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독창적인 재해석과 후대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고우영 삼국지는 그야말로 고우영 화백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잘 녹여내었고, 고우영 특유의 재해석은 지금봐도 맛이 남다르다.

처음에는 유비로 단순 쪼다 정도로 묘사하다가 서서히 희대의 능구렁이로 묘사한다거나, 아두가 머리가 안 좋은 건 유비가 아기 때 내팽겨쳐서 그렇다던가. 그리고 조조가 잘못한 부분들을 분명히 비판하되, 간웅으로서의 모습을 잡아낸 건, 이 작품이 나온 시대를 생각했을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금봐도 재미있는 해석은 바로 제갈량의 관우 제거설이다.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제갈량이 처음부터 자신을 충실히 따르는 조자룡이나 순진한 장비보다는 당시 유비군의 2인자였던 관우를 처음부터 견제해왔고 적벽대전에서 관우가 조조를 살려보낸 것도 관우를 견제하기 위한 제갈량의 한 수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제갈량은 관우가 죽을 걸 알면서도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는다. 그 의견 자체의 객관성을 떠나서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이런 해석에서도 보여지듯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제갈량이 천하의 모사이지만 어느 정도 음흉한 구석도 있는 인물로 그려내고 있는데, 마지막 후반부에 처음 자신의 시대에는 통일이 불가능하다 여겼던 그가 북벌을 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이름으로 통일을 하고 싶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안쓰럽지만, 또한 인간적이다.

이런 점은 유비 역시 마찬가지다. 황제에 오르라는 병사들의 의견에도 속으로 흉계를 꾸미며 한사코 거절하던 그가 관우가 죽고, 장비가 죽고나서 약해진 모습을 보이다 마침내 죽기 직전 관우와 장비의 혼을 만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장면은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을 뽑자면 제갈량 사후의 분량이 1페이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제갈량 최후의 장면이 꽤나 감동적이고 서글펐기에 적당한 선에서 내용을 끝냈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