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 디즈니의 부활 선언

 

  2000년대 들어 디즈니는 오랜 침체기에 빠져있어지만,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2010년작 라푼젤을 통해 명가 재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12년 주먹왕 랄프를 통해 머지 않아 디즈니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왕좌 탈환에 나서리라는 걸 예고했다.

 

  그리고 2013년, 디즈니는 겨울왕국을 통해 평단과 관객의 압도적인 호평을 얻었고,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흥행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미국보다 2개월 정도 늦게 개봉한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오래간만에 예매율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1000만 관객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던 변호인을 2위 자리로 내려앉히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겨울왕국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서 오래간만에 한미 양국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겨울왕국이 이렇게까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건, 오랜 시간 쌓아온 디즈니 작품의 전통과 그동안 디즈니 작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시도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강점은 동화풍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순수한 내용 전개와 월등한 영상미, 그리고 수준 높은 OST를 통해 재해석해낸다는 것이다. 디즈니스럽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동화를 자신들의 색깔로 재해석해내는 능력은 그야말로 디즈니를 상징하는 고유한 색채였는데, 2000년대 들어 디즈니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디즈니 고유의 강점도 많이 퇴색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라푼젤을 기점으로 살아나기 시작한 디즈니의 강점은 겨울왕국에서 완벽한 부활을 선언한다.

  에렌델 왕국의 엘사와 안나 두 공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내용 전개는 비록 전작인 주먹왕 랄프에 완벽했던 구성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감이 있긴 하지만, 디즈니 특유의 아름답고 순수한 내용 전개를 압도적이라는 표현 밖에 떠오르지 않은 3D 그래픽을 통해 보여주었고, 여기에 디즈니 작품으로서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OST의 적극적인 활용은 여러 가지 명장면을 연출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왕국을 떠난 엘사가 겨울산을 오르면서 Let it go를 부르는 장면은 엘사의 절절한 감정 묘사, 곡 자체의 퀄리티, 그리고 수려한 그래픽이 맞물려 탄생한 희대의 명장면이었다.

 

  또한, 디즈니는 단순히 자신들이 쌓아온 전통을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부분이 작품 후반부에 펼쳐진 두 차례의 반전이다. 사실 워낙 복선이 많았기에 반전 자체의 충격은 크지 않은 편이었지만, 두 개의 반전이 모두 기존 디즈니의 클리셰를 뒤짚는 것이라는 점에서, 디즈니가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려는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에서 한단계 발전한 형태의 이야기를 추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동안의 디즈니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띄는 악역의 모습도 흥미로운 부분인데, 구체적인 건 스포일러이기에 자세하게 언급하기 어렵지만, 디즈니의 악역들 중에서는 가장 입체적인 악역이라 할 만했고, 라푼젤 때, 기껏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어놓고도 후반부에 그저그런 악역으로 전락시킨 사례를 봤을 때, 이 부분 역시 디즈니가 한 단계 발전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겨울왕국은 결국 디즈니가 라푼젤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도전하여 전세계에 다시 한 번 디즈니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물론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했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디즈니는 여기에 몇 가지 참신한 시도들을 엮으면서 기존의 작품들과는 차별화를 꾀했고, 이러한 노력들이 어우러져, 디즈니는 마침내 오랜 침체를 깨고 전세계의 시선을 다시 한 번 자신들에게로 집중시킬 수 있었다.

 

  물론 겨울왕국 이전에 라푼젤과 주먹왕 랄프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긴 했지만, 흥행성적이나 작품에 대한 주목도가 조금 아쉬웠던 점을 감안한다면,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겨울왕국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디즈니의 부활을 선언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특히 겨울왕국이 어쩌다 얻어걸린 성공이 아니라, 라푼젤, 주먹왕 랄프를통해 몇 년에 걸쳐 3D 애니메이션에 대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쌓은 뒤에 이뤄낸 성과이기에, 디즈니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