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들(2013) - 과정에만 충실했던 영화

 

  범죄, 액션, 스릴러와 같은 장르는 범인 혹은 악당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주인공에게 잡힌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제를 따르지 않는 작품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러한 전제를 따른다고 봤을 때, 이러한 장르물에서 중요한 건 결과보다는 ‘범인을 잡는 과정을 얼마나 흥미롭게 그려냈는가’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감시자들은 장르 본연의 모습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

 

  감시자들은 거의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범인을 잡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약간의 양념을 더하긴 했지만, 이러한 장치들은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감시자들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범인을 잡는 과정 그 자체에 소모하고 있다. 

  덕분에 감시자들은 꽤나 빠른 템포로 시원시원하게 내용을 전개시켜나갈 수 있었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고민없이 영화 자체의 재미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몇몇 작품들이 지나치게 메인 스토리 이외의 요소들에 집착하다 영화 자체의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감시자들의 이러한 선택은 나름대로 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시자들의 장르에 대한 충성도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었다. 지나치게 범인을 잡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보다 매력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은 전부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고, 사실상 서브 스토리를 배재해버린 내용 전개는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시키고 말았다. 범인을 잡는 과정 자체는 흥미롭게 구성되었기에 재미있는 영화라는 평은 받을 수 있었지만,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했기에 그 이상의 평가는 받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또한, 범인을 잡는 과정 자체에서도 감시자들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노출하였다. 이야기 초반부터 주인공 하윤주가 가진 이른바 순간기억능력에 대한 암시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윤주의 능력이 사실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작용한 후반부의 전개는 지금까지 팽팽하게 유지해오던 긴장감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렸다. 감시자들이 영화 초반부터 ‘감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을 러닝타임 내내 잘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며, 영화 최고의 단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황반장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신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인 부분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어떻게든 강렬한 결말을 보여주기 위해 황반장의 캐릭터성을 깨버리면서까지 무리수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다른 방식의 결말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굳이 캐릭터를 망치면서까지 억지스러운 결말을 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감시자들은 올해 개봉된 영화 중에서 재미 면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영화며, 지금까지 장르 그 자체에 충실한 영화가 그리 많지 않았던 한국 영화계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나름대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장르에 충실한 결과, 역으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들을 지나치게 제한시켰고, 여기에 여기의 스토리상의 몇 가지 허점들이 겹치면서,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