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고뇌(2010) - 초심으로 돌아간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5번째 작품 갈릴레오의 고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 책이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용의자 x의 헌신과 성녀의 구제와 같은 장편을 연속적으로 낸 뒤,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 때처럼 다시 단편집으로 회귀한 것이다.

 

  변한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갈릴레오의 고뇌의 소제목을 살펴보면 떨어지다, 조준하다, 잠그다라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딱 한 번, 사용되었던 소제목의 형식으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작품이란 다름아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탐정 갈릴레오다.

 

  그리고 또 하나, 변한 부분이 탐정 갈릴레오 때처럼 과학이론을 이용한 범죄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실 첫 작품인 탐정 갈릴레오 때만 하더라도 이 시리즈의 컨셉은 과학이론을 이용한 범죄를 천재 과학자 유가와가 풀어나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작품 예지몽에서는 주로 오컬트적인 사건들을 다뤘고, 용의자x의 헌신과 성녀의 구제에서는 범죄 안에 담긴 사연에 집중했다. 유가와는 여전히 과학적으로 트릭을 풀어헤쳤지만 사건의 소재는 과학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러던 것이 다섯 번째 작품에 와서 사건의 소재가 과학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점들은 갈릴레오의 고뇌의 지향점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존 단편집과의 차이도 존재난다. 용의자x의 헌신을 제외하면 기존의 사건들에서 유가와는 방관자의 입장이었다. 어디까지나 조력자의 입장을 지켜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갈릴레오의 고뇌에 등장하는 5개의 사건 중 3가지가 유가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건이다. 제목이 갈릴레오의 고뇌인 건 유가와가 자신과 관련이 있는 사건에 직접 뛰어들고 그로 인해서 갈등을 겪는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두 번째 사건에서 유가와는 용의자x의 헌신에 못지 않게 범죄자를 앞에 두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캐릭터 비중의 변화다. 시간 순서상 갈릴레오의 고뇌의 첫 번째 사건은 성녀의 구제보다 앞선 사건이다. 이유는 이 사건을 통해 유가와와 가오루가 처음으로 대면하기 때문이다. 성녀의 구제에서 유가와와 가오루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는 사이였으니, 이쪽이 앞선 사건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유가와와 가오루의 첫만남을 다루고 있는만큼 이 사건에서 가오루의 비중은 꽤나 높은 편이다. 용의자x의 헌신 이후 수사 협조를 거부하던 유가와가 그녀로 인해 다시 수사에 협조하게 되었으니 이 사건에서 가오루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이후 사건들에서도 가오루는 계속 비중있게 등장하는데, 이로 인해 원래 유가와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구사나기의 비중이 확 줄어버렸다. 성녀의 구제는 장편이었던 지라 3인조를 모두 비중있게 그려낼 수 있었으나, 아무래도 갈릴레오의 고뇌는 단편집이다보니 세 명이나 되는 인물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구사나기는 시리즈의 처음부터 등장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번 권에서의 비중은 확연하게 떨어졌다. 결국 드라마에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원작의 인물을 밀어낸 셈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었으나, 실제 사건 전개 면에서 갈릴레오의 고뇌는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건을 제외하면 마지막 결말처리가 다소 허술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쉬웠던 사건은 마지막 사건이었던, 교란하다 편이다. 책의 띠지에서부터 광고할 정도로 이 사건은 갈릴레오의 고뇌에서 가장 공을 들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유가와에게 열등감을 느낀 어떤 과학자가 예고범죄를 일으키면서 유가와에게 도전장을 던진다는 내용인데,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는 처음이었던 지라 적어도 소재 면에서는 흥미로웠다. 또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에 등장한 사건 중에서 가장 스케일이 컸다는 점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러나 범인은 너무 허무하게 잡혀버렸고, 그 범인이 유가와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된 동기도 다소 허술한 느낌이었다. 차라리 마지막 사건은 이야기를 좀 더 키워서 장편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제한된 분량 안에 이야기를 집어넣다보니 더 길게 갈 수 있는 이야기를 중간에 잘라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갈릴레오의 고뇌는 캐릭터에 집중해서보면 여러모로 즐길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서로 간의 비중이 변화되고, 유가와 내면의 고뇌가 나타나며, 은근히 유가와와 가오루 사이의 연애노선도 깔아두고 있으니 캐릭터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갈릴레오의 고뇌는 많은 재미를 준다. 그러나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역시나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마무리가 아쉬웠던 사건들의 소재 자체는 좋았다는 점이 더욱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