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트로이카


경성트로이카는 1930년대 국내 사회주의 항일 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경성트로이카는 주인공들의 대부분이 속해 있던 단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이재유라는 인물로 경성트로이카를 만들고 이끈 사람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인물이다. 과거에는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외면당했지만 지금은 국가로부터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아 독립장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관련서적을 찾아보니까 이 책의 작가인 안재성의 책들을 제외하고는 이재유 관련 서적은 거의 없더라;;)


이재유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잘 사는 집에서 태어난 인물이지만 어릴 때부터 항일 운동에 참여하게 되고 일본 유학 시절 일본 내에서 쌓은 노동 운동의 경력을 살려 국내에서도 1930년대의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로 당시 일본 경찰에게는 요주의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무려 2번이나 탈출에 성공하고 경찰에 쫓기는 와중에도 자금을 모으고 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등 여러모로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경찰에서 이재유를 다시 잡았을 때, 그 날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단체 기념사진도 찍었더라;


어쨌거나 이재유의 인생을 보면 참 가슴이 먹먹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울컥했던 장면은 박진홍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게 되지만 박진홍이 감옥에 끌려가서 아이가 태어났는지도 모르던 이재유가 재판 과정에서 찍힌 사진을 통해 자신의 아들을 보는 장면,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병약한 아이였던 아들, 이철한이 결국 죽었다는 소식을 이효정으로부터 들은 후, 잘 마시지도 않던 술을 마시던 부분이었다.


그 때 이효정이 바라보던 이재유의 모습이 마치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이 부분을 읽고는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이재유가 감옥에 갇히고 고문의 휴우증으로 병실에서 혼자 쓸쓸하게 죽어가는 장면 역시 서글픈 장면이었다.


이 책에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이재유 외에도 박진홍, 이효정, 이순금, 이관술, 김삼룡, 이주하 등 반세기 동안 남한에서 잊혀졌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재유를 제외한 인물들 중 이관술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처음 동덕여고에서 역사를 가르칠 때의 이관술은 깨어있는 지식인이지만 행동파는 아니라고 여겨졌다. 그렇지만 후에 이재유와 만난 이관술은 이런저런 활동들을 통해 사람 자체가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재유가 잡혔을 때에도 혼자서 사회주의 활동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해방 후, 남한에서 공산주의를 믿는다고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고 꽤나 허무하고 착잡했다.


그리고 이관술의 최후말고도 해방 이후 남한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전개했던 자들의 최후는 서글펐다. 책의 나온 말 그대로 남한에서는 친일을 하며 민족을 배신했던 자들이 해방 이후 자신들이 민족의 지도자인냥 목소리를 높이고, 북한에서는 실제로 일제시대 때 공산주의 운동에서 별반 활약이 없었던 김일성이 소련의 지원에 힘입어 정권을 잡고...


남한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전개했던 자들은 남한에서는 공산주의를 믿는다고 배척당하고 북한에서는 남쪽 공산당 출신이라고 배척당하고...


정말 지랄 같은 역사다.


마지막에 해방 후 온갖 수모를 겪은 이효정 할머니의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모습이 나오는데 왜 그리 죄송스럽고 기분이 더럽던지...


사실은 시험 준비 때문에 억지로 읽은 책이기는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서 그것과는 별개로 많은 걸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순수하게 소설 자체만 봤을 때 그렇게까지 대단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은 소설이지만 경성트로이카에 소속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고, 국내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국내 사회주의 계열의 노동운동을 다뤘다는 점에서 꽤나 의의가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