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에반게리온(1997) - 전설의 방점을 찍다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안노 히데아키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결말을 극장판을 통해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그렇기에 TV판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채 종영되었고, 팬들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마지막을 보여줄 극장판을 목놓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전에 데스 앤 리버스라는 TV판 이후의 이야기가 수록된 극장판이 개봉되긴 했지만, 데스 앤 리버스 역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결말이 수록된 극장판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여담이지만, TV판-극장판(총집편+새로운 내용)-극장판(결말)의 구성은 기동전사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미 전설거신 이데온을 통해 시도했던 구성으로, 안노 히데아키가 이를 따라한 건 평소부터 흠모에 가까운 감정을 품어온 토미노 요시유키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라 생각된다. 물론 단순히 형태만을 떠나 전반적으로 비슷한 구성 때문에 단순히 토미노 요시유키를 따라한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다.  

 

  어쨌든, 그렇게 팬들의 높은 기대 속에서 마침내 1997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개봉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개봉 직후 거대한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담고 있는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팬들의 사랑을 받던 등장인물들은 하염없이 망가져갔고, TV판에서부터 복선을 깔아두었던 인류보완계획의 내용은 팬들을 경악하게 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TV판에서부터 은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난해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었지만, 극장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반 이후로는 오로지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은유, 상징적 요소들로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팬들 역시 마지막에 걸맞는 파격적인 전개를 기대하긴 했지만,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결말은 파격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한마디로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팬들이 기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러한 전개를 보일 거라는 복선을 TV판에서부터 깔아두긴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이런 결말을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이러한 팬들의 혼란은 결말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논란 덕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인기가 더욱 올라갔다는 점이다.

 

  팬들은 난해한 결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한국에 거의 정설로 퍼진 '안노의 오타쿠 조롱설'에서부터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해석,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도입한 해석 등 한 작품의 해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해석들이 그야말로 쏟아지듯이 등장했다. 그 중에는 학문적인 접근을 보여준 해석들도 많았다. 이러한 논쟁들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충격적인 결말로부터 촉발된 가열된 분위기 속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한 시대를 풍미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으며, 작품이 종영된지 20여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파격에 파격을 이어가는 행보로 방영 초기부터 화제를 몰고다닌 작품이었다. 그리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충격적인 결말로 파격의 끝을 보여주었다. 만약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예상가능한 평이한 결말을 보여주었다면, 현재의 위상에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란 90년대 애니메이션의 전설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p.s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결말은 지극히 '에바스러운' 결말이었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한다. 

 

P.S2

  신세기 에반게리온 구작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보고 싶다면, 루리웹 엄디저트 님(일명 엄교수님)의 해설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