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 독자적인 시리즈로서의 성격을 확립하다

  3편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가 제작사와의 불화로 후속작 제작에 차질을 빚었고, 이로 인해 기존 시리즈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함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리부트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에 리부트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을 사실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비록 기존 시리즈에 비하면 스토리 전개 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보다 원작에 가깝게 각종 설정들을 재정립하고, 두 미남미녀 배우를 앞세워 하이틴 로맨스적인 성격을 얹음으로써,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성격의 스파이더맨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또한, 앞으로 진행될 새로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데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목적이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를 꾀하며 흥행에서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봤을 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해낸 셈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임무가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꾀하는데 있었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가장 큰 목적은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독자적인 시리즈로서의 성격을 확립하는데 있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역시 1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1편에서 활용했던 요소들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극 중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앤드류 가필드는 1편보다 더욱 활발하고 깐죽거리는 모습으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아직까지도 잔존해있던 토비 맥과이어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지워내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확립했다.

 

  또한, 1편에서도 전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적극 활용했던 하이틴 로맨스로서의 성격도 상당히 강화되었는데, 이 부분은 사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이긴 하지만, 해당 부분만 놓고 봤을 때, 인물들의 감정선을 나름대로 개연성 있게 풀어나갔기에 작품 자체에는 플러스 요인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2편 후반부 충격적인 전개로 인해 3편에서는 1~2편과 같은 구도를 활용하기에는 어려워졌기에, 다음 작에서는 본 시리즈의 주요 요소 중 하나였던 하이틴 로맨스적인 성격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라는 숙제가 생겼다.

  액션 역시 전작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스파이더맨 특유의 활공 장면은 보다 세밀해졌고, 적과의 공방전은 한층 더 빠르고 화려해졌다. 특히 본작의 메인 빌런인 일렉트로가 전기를 무기로 활용하는 적이라는 걸 십분 활용한 다양한 액션씬은 가히 눈에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위해 전작에서 많은 공을 기울였던 요소들을 더욱 강화함으로서 새로운 시리즈로서의 성격을 확립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여전히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스파이더맨의 탄생, 그웬과의 연애, 리저드와의 전투 등의 요소가 이야기 막판에 이르기까지 잘 융합되지 않았던 전작에 비하면 한층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주긴 했으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역시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는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 자체의 수준이 낮았던 건 아니었으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 게 문제였다. 파커 부부의 죽음에 대한 의문, 친구 해리와의 갈등, 그웬과의 연애, 일렉트로와의 결전 등 하나하나 떼어넣고 보면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그다지 매끄럽게 융합되지 못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자신만의 색채를 확립하여 기존 시리즈의 색채를 지워내는데 성공했으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심어주었기에 1편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본연의 임무 자체는 잘 소화해낸 셈이다. 그러나 1편에 이어 여전히 스토리 전개에 많은 문제를 보여주었기에, 관객들에게 기존 시리즈를 넘어서는 건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한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