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 제작진의 의도는 성공한 것일까?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1995년 방영을 시작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20세기 말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큰 획을 그었다. 당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인기와 영향력은 말그대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던 지라,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이 되었으며,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기점으로 일본의 제3차 애니메이션 붐이 시작되었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건재하여, 작품이 발표된지 15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관련작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며,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신극장판의 경우에도 일본 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렇듯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한 시대를 평정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지만, 그런 작품치고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꽤나 복잡한 편이다. 단순하게 플롯만 놓고보자면 인류를 위협하는 사도로부터 에반게리온이 지구를 지킨다는 전형적인 로봇물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스토리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당장에 적으로 규정된 사도부터가 실체가 모호한 세력이며, 정의의 세력처럼 보였던 네르프 역시 온갖 미스테리를 안고 있는 조직이다. 또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단순히 대사와 상황을 넘어서 컷 하나하나에도 여러 가지 상징들을 숨겨두었다. 무엇보다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자신들이 숨겨놓은 이야기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빈 공간을 만들어두고 몇 가지 힌트를 통해 시청자 스스로가 숨겨진 이야기를 유추하게끔 만들어두었는데, 이러한 불편한 전개방식으로 인하여 신세기 에반게리온에는 항상 너무 난해하다라는 평이 따라다닌다.

 

  이로 인하여,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제각각으로 어떠한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주제의식이 판이하게 달라질 정도다. 안티들은 이 점을 들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아무 의미없이 이른바 오타쿠들은 낚기 위한 떡밥들만 깔아둔 작품이며, 불쌍한 오타쿠들은 거기에 낚여 과도한 의미부여를 한다며 조롱하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 팬들은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시각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이 지금에 이르러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이 나올 당시만 하더라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신선한 시도로 무장한 작품이었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작품을 시도하는데, 이러한 시도들이 오타쿠를 낚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라고 해석하는 건 너무나 결과론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여러 가지 상징적인 장치들은 결코 아무런 의미없이 설정된 장치들이 아니다. 여기서 일일이 이건 무엇을 의미하고, 저건 무엇을 상징한다며 시시콜콜하게 늘어놓기는 힘들지만,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여러 가지 장치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깔아둔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안티들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내의 인류보완계획이 안노 히데아키 인생 최고의 낚시라고 칭하지만, 이미 인류보완계획의 복선들은 TV판에서부터 촘촘하게 깔려있었다. 적어도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그려진 인류보완계획의 모습은 뜬금없이 튀어나온 게 아니다.

 

  다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상징을 사용하는 방법들은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불친절한 것은 맞다. 그렇기에 작품을 발표한 지,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해석이 존재한다. 물론 극중에서 ‘고슴도치의 딜레마’가 여러차례 언급되는만큼, 대부분의 해석은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중심으로 이뤄져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과연 같은 작품을 보고 나온 해석인가 싶을 정도로 개별적인 내용들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러한 특성은 어느 정도 의도적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데, 그저 있어 보이는 척 하기 위해 이러한 전개방식을 택한 건 아닐 것이다. 그러한 악의적인 의도보다는 제작진이 직접 ‘퍼즐 같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지칭한 것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지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경우 시청자에게 제대된 힌트를 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연출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사람들이 이해하겠지라고 보여준 장면에서 대부분의 시청자가 난해함을 느낀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기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세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상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고나서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기보다는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전개 방식이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어찌보면 앞서 언급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향한 비난들은 불친절한 전개방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발 심리일지도 모른다.

 

  정리하자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애초에 제작진의 말대로 일종의 ‘퍼즐 같은 애니메이션’을 지향하며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 속에 숨겨진 여러 상징들과 난해한 전개 방식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 그리고 박력 있는 액션씬들과 맞물려 상업적인 성공을 이끌어냈다. 그렇기에 단순하게 수치 상으로 놓고 봤을 때,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성공한 작품이 맞다. 하지만 처음 작품을 구상하면서, 제작진이 생각했던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가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골수 팬덤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남들과 의견을 공유하지만, 일반적인 시청자 대다수의 의견은 ‘재미는 있는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결국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단순히 있어보이는 척한다고 폄하당할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내용의 파격성이나 재미를 떠나 내용을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만 봤을 때, 제작진의 의도를 100% 전달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