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극장판 4기:눈동자 속의 암살자(2000) - 진부함을 뛰어넘은 탄탄한 구성

 

  명탐정 코난 극장판 1~3기는 사실 참신한 소재들을 사용한 작품은 아니었다. 극장판 3기까지의 작품들은 한번쯤은 본 것 같은 이야기를 코난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구성하는데 중점을 두어왔다. 그리고 그건 명탐정 코난 극장판 4기:눈동자의 암살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1~3기보다도 진부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눈동자 속의 암살자다.

 

  코난의 주변인물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에게 습격을 당하면서 사토 형사는 큰 부상을 입고, 란은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다. 기억상실증에 걸리기 전, 란은 범인의 얼굴을 목격하는데, 이로 인해 란은 범인으로부터 위협을 당한다. 이러한 스토리 구조는 이미 수많은 추리물에서 써먹은 이른바 '진부한 이야기'다. 더군다나 여기에 신이치와의 멜로가 결합되면서 이야기의 진부함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

 

  그러나 눈동자 속의 암살자는 이 진부한 이야기를 명탐정 코난 특유의 분위기 속으로 끌고 들어와 왠만한 스릴러물에 버금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사토 형사는 다카기 형사와의 러브라인으로 인해 원작에서도 인기가 높은 캐릭터다. 란은 말할 것도 없는 코난의 공식 히로인이다. 이러한 인물들이 초반부터 목숨을 위협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니, 팬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어느 정도 짐작하면서도 긴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눈동자 속의 암살자의 최고의 백미인 놀이동산에서의 추격씬이 펼쳐진다. 진부한 스토리임에도 연속해서 긴장된 스토리가 펼쳐지니 아무래도 몰입을 할 수 밖에 없다. 추격씬의 서막을 연 코난의 스케이트 보드씬은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원작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너무 오버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놀이동산에서의 추격씬은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놀이동산의 다양한 기구를 이용하여 범인에게서 도망치는 모습도 볼만했고, 이 와중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는 극적 긴장감을 높여주었다. 물론 이 작품을 꾸준히 봐온 팬이라면 범인이 누군지 대충 감이 왔겠지만,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나 살해수법이 개연성 있게 설명되었기 때문에 범인을 알았더라도, 작중의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범인이 프로 킬러였던 3기를 제외하면, 1,2기의 범죄동기는 무척 빈약한 편이었는데, 눈동자 속의 암살자는 드디어 범인에게 그럴 듯한 범죄동기를 부여하는데 성공했다.

 

 정리하자면, 눈동자 속의 암살자는 꽤나 식상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 있는 전개로 이러한 약점을 극복한 작품이다. 황금기 이후의 몇몇 작품이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부실한 구성으로 혹평을 받은 걸 생각하면, 이 작품의 탄탄한 구성은 더욱 돋보인다. 또한, 작품 외적으로 보자면 3기의 성공을 이어가면서 7기까지 이어지는 황금기의 기반을 닦은,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