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역습의 샤아(1988) - 아무로와 샤아, 전설이 되다

 

  기동전사 Z건담은 주인공 카미유 비단의 이야기는 마무리지었지만, 그 밖에 다른 부분의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한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Z건담 종영 이후 곧바로 방영을 시작한 기동전사 건담ZZ는 직계후속작으로써 기동전사 Z건담이 미처 마무리짓지 못한 이야기들의 결말을 내야할 책임을 안고 방영을 시작하였다.

 

  기동전사 Z건담이 마무리짓지 못한 이야기를 크게 분류하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하만 칸으로 대변되는 액시즈와의 대결이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아무로와 샤아의 뒷이야기였다. 오프닝에서 하만 칸, 아무로, 샤아의 모습이 모두 스쳐가는 것으로 보아 최초에는 기동전사 건담ZZ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결국 기동전사 건담ZZ는 하만 칸과의 대결만을 마무리짓고, 아무로와 샤아의 뒷이야기는 또 다시 후속작으로 넘기게 된다.

  

  그렇게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라이벌이라 불리우는 아무로와 샤아의 뒷이야기를 그려내기 위해 등장한 작품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최초의 오리지널 극장판인 역습의 샤아다.

 

  토미노는 아무래도 이 작품을 끝으로 79년부터 이어져내려온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의도와는 별개로 이후로도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이어지게 되지만 오로지 스토리만 놓고본다면 역습의 샤아는 두 라이벌의 마지막 대결을 보여줌으로써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화려한 종지부를 찍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TV시리즈가 아닌 극장판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토미노는 또 한 편의 장편 TV 시리즈로 아무로와 샤아의 마지막을 길게 보여주는 것보다는, 조금 짧더라도 한 컷 한 컷 공을 들여 임팩트 있게 결말을 내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 역습의 샤아는 동시대 어떤 작품보다도, 아니, 현 시대의 어지간한 작품들보다도 작화에서만큼은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9년 이상 지속된 시리즈를 두시간 남짓한 한 편의 극장판으로 마무리짓는다는 건 무리였다. 역습의 샤아는 오로지 아무로와 샤아의 마지막 대결이라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서 내용을 전개시켜나간다. 덕분에 작품 내의 비장함과 긴장감은 극대화되었으나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발생했다.

  대표적인게 너무나도 달라져버린 샤아의 모습이다. 샤아는 비록 퍼스트 건담에서 아무로와 대립구도를 세우긴 했지만, Z건담에서 에우고의 편에서 티탄즈와 맞서싸웠고, 이 과정에서 아무로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던 사야가 갑자기 지구를 냉각시키겠다며 전쟁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니 기존 팬의 입장에서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는 러닝타임의 한계상 아무로와 샤아의 선악구도를 극대화시켜 대립구도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존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샤아의 모습은 괴리감이 컸다.

 

  그 외에도 역습의 샤아는 기동전사 건담ZZ로부터 4년 정도가 흐른 시점을 무대로 삼으면서,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사실상 아무로와 샤아의 마지막 대결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려다보니 여러 가지 중요한 서사들을 삭제시켜버린 셈이다. 한 가지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너무 과도했던 서사의 삭제는 대다수 관객들이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오직 하나의 이야기만 강조한 극단적인 전개는 극의 긴장감과 비장함을 고조시키는데 효과를 발휘했고, 그 결과 퍼스트 건담에서부터 이어져내려온 우주세기의 화려한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아무로와 샤아가 일본 서브컬쳐의 가장 유명한 라이벌이 되는 데에 결정타를 날렸다. 애초에 극장판을 선택한 이유처럼, 관객들에게 임팩트 있는 결말을 선사하는데에는 성공한 셈이다.

 

  이 작품을 끝으로 토미노가 만들어온 우주세기는 종지부를 찍는다. 물론 막강한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반다이나 선라이즈에서 간단히 포기할리는 없었고, 이후로도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이어지게 되지만, 사실상 어느 정도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어져 내려온, 아무로와 샤아로 대변되는 초기 우주세기 시리즈는 끝이난 셈이다. 역습의 샤아는 비록 스토리 면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너무나도 강렬하고 비장한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9년이란 세월 동안 이어진 초기 우주세기의 화려한 마침표를 찍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