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신세기 건담X - 작품 내적인 요인이 불러온 조기종영

  90년대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있어서 사실상 침체기였다. 1979년 퍼스트 건담 이후 시리즈가 10년이 넘게 지속되다보니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참신함 자체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고, 역습의 샤아 이후 0080이나 0083같은 외전이 괜찮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고, 신기동전기 건담W이 해외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이 시기 방영된 TVA나 극장판은 대다수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기에 토미노가 턴에이 건담을 발표했을 때, 일부 팬들에게서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가 돌아왔다는 상징성이나 전 시리즈를 아우르는 턴에이 건담의 성향상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TVA의 마지막 작품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2000년대에 들어 기동전사 건담 SEED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시리즈 자체의 위기설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지만, 어쨌든 90년대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여러모로 힘을 쓰지 못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상업적인 성과와는 별개로 이 시기 발표된 작품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시리즈에 의미있는 성과들을 남겼다. 앞서 말한 우주세기 외전을 표방한 OVA 작품들은 상업적으로도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고, TVA 작품들도 기존 작품들에게서는 저마다 특색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보다 다양한 모습들을 연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러나 헤이세이 3연작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용자 시리즈를 통해 로봇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타카마츠 신지가 감독을 맡은 기동신세기 건담X의 경우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렇다할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을뿐더러, 퍼스트 건담 이후 처음으로 조기종영이라는 굴욕을 맛봐야했다. 퍼스트 건담 역시 조기종영되긴 했지만, 퍼스트 건담 조기종영 직후 극장판 발표와 재방영을 통해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불러일으켰던 것에 반해, 기동신세기 건담X는 이후로도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존재감 없는 작품으로 취급되었으며, 기동전사 건담 AGE 등장 전까지는 시리즈 사상 가장 실패한 작품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90년대 방영된 건담의 TVA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기동신세기 건담X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던 내용 자체는 괜찮은 편이었다. 제작진에 의하면 우주세기의 1년 전쟁이 최악의 형태로 끝났을 때를 가정으로 한 시리즈 최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은 나름대로 참신했으며, 기동신세기 건담X는 작품 내내 모든 것이 끝난 절망적인 세계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었다.

 

  또한, 결과적으로는 우주세기에서 그려낸 뉴타입론을 다시 한 번 반복한 수준에 그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가 점점 리얼리티를 중심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던 뉴타입이라는 소재를 다시 한 번 전면에 부각시킨 건, 팬마다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긴 했지만, 확실히 주목할만한 부분이었으며, 작품 후반부에 등장한 최초의 뉴타임 D.O.M.E의 존재는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물론 조기종영으로 인해 D.O.M.E이라는 존재에게 너무 많은 부분을 기댄 채 이야기를 마무리짓긴 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초의 뉴타입인 D.O.M.E라는 존재와 D.O.M.E과의 만남을 통한 엔딩은 조기종영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이렇듯 기동신세기 건담X는 기동무투전 G건담이나 신기동전기 건담W 못지 않게 나름대로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작품 내에서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보여주는데에는 약간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동신세기 건담X가 역대 시리즈 중에서 손꼽힐 정도의 실패를 기록한 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토리를 보완해줄만큼 캐릭터들의 개성이 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기동신세기 건담X는 초중반부까지 옴니버스식으로 에피소드를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반부에 에피소드는 극초반부 가로드가 건담X를 입수하고, 프린덴과 같이 활동하게 된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후반부의 이야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각각의 에피소들 간의 연관성도 크게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내용 자체가 느슨하게 전개되었다. 또한, 초중반부를 장식한 에피소드는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느슨했다. 이러다보니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할 초중반부의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가로드가 우주로 넘어가기 직전에는 매회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그걸 무찌르는 패턴의 내용이 반복되는데, 이는 용자 시리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전개로, 타카마츠 신지 감독 자신이 용자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보니 비슷한 전개로 내용을 이끌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안 그래도 그리 빠르지 않던 내용 전개가 지지부진해지고, 적 하나하나가 그리 개성있는 편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이렇다할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기동신세기 건담X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할 초중반부에 전반적으로 몰입감 높은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시청률 난조로 이어졌다. 물론 기동신세기 건담X의 시청률이 낮았던 가장 큰 요인은 갑작스러운 시간대 변경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시청률이 낮은데에는 분명 작품 내적인 요인도 있었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캐릭터들 역시 전작들에 비하면 확실히 개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물론 우주세기의 뉴타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안겨준 티파나, 아무로와 웃소를 연상케하지만, 뉴타입으로서의 능력을 읽어버린 쟈밀과 같은 캐릭터는 기존 시리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매력적인 설정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들이었지만, 이 둘을 제외한 기동신세기 건담X의 주역 캐릭터들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는 주인공인 가로드 역시 마찬가지다. 가로드는 후대 시리즈에 남긴 유일한 유산이 ‘건담 팔아요!’라는게 대체적인 평일 정도로, 이렇다 할 활약상을 남기지 못했다. 물론 작품 성향상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의 개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작품들도 있지만, 확실히 기동신세기 건담X는 그런 걸 의도한 작품이 아니었기에 이는 캐릭터 메이킹의 실패라고 보여진다.

 

  기동신세기 건담X는 헤이세이 3연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서, 우주세기와는 차별화되는 비우주세기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참신한 시도를 보여준 기동무투전 G건담이나 기동신세기 건담X과 마찬가지로 뉴타입의 재해석과 멸망 후의 세계, 즉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두 개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조기종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보여주려던 바를 작품 속에 어느정도 녹여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전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완성도도 그리 높지 않았던 초중반부의 옴니버스식 에피소드들의 나열과 전반적으로 느슨했던 전개, 그리고 상대적으로 개성이 떨어진 캐릭터들로 인해 큰 실패를 맛봐야했다.

 

  비록 기동전사 건담 AGE가 보여준 총체적 난국으로 인해 시리즈 최악의 실패작이라는 오명은 일부 벗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감 없는 작품으로 팬들에게 인식되는 건, 기동신세기 건담X라는 작품이 재미나 작품성 면에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동신세기 건담X의 조기종영에는 갑작스러운 시간대 변경으로 인한 시청률 저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추정된다. 그러나 기동신세기 건담X는 시간대를 변경하지 전부터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니었고, 상업적인 성과 역시 그리 높지 않았다. 따라서 기동신세기 건담X가 근본적인 이유는 작품 내적인 요인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