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 하드 SF를 표방한 가족 드라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지난 작품들을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상대적으로 작품 내내 현실적인 묘사를 고집하는 감독으로서 인식되었다. 그렇기에 그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 ‘인터스텔라’를 발표한다고 했을 때, 해당 장르의 팬들은 굉장한 SF 영화가 나올 거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놀란 감독의 작품들이 거의 압도적일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는 걸 감안하면, 인터스텔라를 둘러싼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는 다소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인터스텔라는 기본적으로 하드 SF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드 SF란 명확하게 특정 장르를 표방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명칭이지만, SF 작품 중에서도 과학적으로 정말 그럴 듯한 설정이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통칭하는 용어로써 활용되고 있다. 인터스텔라는 개봉 전부터 실제 웜홀과 블랙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영화에 재현해냈다라는 걸 홍보할 정도로 자신들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작품을 만들어냈음에 많은 중점을 두었고, 이러한 인터스텔라 제작진의 행보는 SF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막상 인터스텔라는 하드 SF라고 표방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이 홍보한대로 웜홀과 블랙홀의 모습이나 우주를 여행하는 모습 등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연출력으로 그려내었으나, 그 밖의 설정이나 내용 전개에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정적으로 블랙홀 진입 후의 내용은 사실상 과학적 내용을 근거로 한 SF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모습을 묘사하였기에, 거대한 SF 대서사시를 기대하고 간 SF 팬들에게 꽤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또한, 인터스텔라의 스토리는 이쪽 장르에 관심 좀 있다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진부한 편으로, 이러한 부분 역시 비판받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해당 장르의 팬덤에게는 실망으로 작용한 요소들은, 오히려 일반 관객들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사실 SF 자체가 다소 매니악한 장르라 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도 과학적인 내용에 중점을 둔 하드 SF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터스텔라는 다소 매니악하다고 할 만한 설정에서 오는 내용 상의 어려움을 이야기 초반 다소 느린 템포의 내용 진행과 진부하지만 공감가는 가족 드라마로서 낮출 수 있었다. 특히 해당 장르의 팬덤에게는 영화 상의 결정적인 실책이라고 지목받는 블랙홀 진입 이후의 스토리는 SF라는 장르에게 기대하는 요소를 배제하고본다면, 비록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아있었지만, 영상적인 연출력 및 그동안 영화 곳곳에 뿌려두었던 복선을 한순간에 회수하여 적절하게 녹여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인터스텔라에 대한 평가는 해당 장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고도의 SF적 장치들로 무장한 영화일 거라는 기대감만 어느 정도 낮춘다면, 압도적인 영상미와 그에 걸맞는 한스 짐머의 음악, 그리고 다소 진부한 느낌이지만, 3시간이란 시간 동안 잘 압축된 스토리로 인해 많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