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의 왕 - 유저들의 바람과는 달랐던 게임의 방향성

  탐정의 왕은 시드노벨, 파피루스 등의 브랜드를 통해 장르문학 팬들에게는 인지도가 높은 디앤씨미디어가 2012년에 창설한 디앤씨게임즈를 통해 출시된 게임이다. 아무래도 본사가 장르문학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기에, 많은 이들이 스토리에 비중을 둔 게임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대로 탐정의 왕은 광고에서부터 라이트노벨 11권 분량의 방대한 시놉시스를 강조하며 게임의 주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다.

 

  디앤씨게임즈의 호언장담대로 탐정의 왕은 상당히 수준 높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사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인해 여러 사람이 수수께끼의 공간에 갇혀 생존을 위한 게임을 진행한다라는 구성은 사실 영화, 만화, 게임을 가리지 않고 무척이나 많이 다뤄진 구성이며, 적어도 이야기의 초반까지 탐정의 왕은 기존의 클리셰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사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초반부터 10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초반 전개가 다소 난잡해질 수도 있는 걸 우려한 탓인지, 적어도 이야기의 초반까지는 주인공을 비롯한 작품 속 인물들은 철저하게 클리셰의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탐정의 왕은 조금씩 이야기와 캐릭터들에게 탐정의 왕만의 색채를 주입하기 시작한다. 탐정의 왕은 이야기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현란한 트릭에 따른 추리의 재미보다는 인축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사람’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내용의 무게중심을 옮겼으며, 다양한 서브컬쳐에서 흔하게 볼법한 캐릭터들의 집단 정도로 여겨졌던 작품 속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조정됨에 따라 저마다의 고유의 색채를 드러내며 클리셰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은 인위적이지도 않고 특별한 무리수도 없이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개되는데, 이 부분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한 작가 신소음의 역량에 감탄했다.

 

  또 하나 작가 신소음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다양한 베드엔딩인데, 사실 이러한 게임류에서 여러 가지 엔딩을 보여주는 건 그다지 특별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탐정의 왕의 경우 단순히 여러 가지 엔딩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베드엔딩임에도 불구하고 진엔딩에 대한 여러 가지 힌트를 내포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성을 통해 베드엔딩을 보는 것 자체의 가치를 높임으로서 유저들이 엔딩을 수집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신소음이라는 이름은 탐정의 왕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아마 탐정의 왕을 플레이한 대다수의 유저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신소음 작가는 시드노벨에서 몇차례 발간한 단편집에 작품을 실은 것 외에는 장편작으로 죄를 지은 식인귀와 벌을 받는 사춘기 딱 한 작품만을 발매하였으며, 내놓은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장르문학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에 작가로서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스토리를 주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게임의 시나리오 작가라는 걸 감안했을 때, 너무 인지도가 떨어지는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엔딩으로 다가갈수록 이러한 우려는 그저 기우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게임의 엔딩까지 본 지금은 주목할만한 역량 있는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것에 많은 기쁨을 느끼고 있다. 물론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룰 자체가 복잡한데다가 수시로 규정을 바꾼 크로시드 서클로 인해 다소 복잡한 전개를 보여주기도 했고, 가끔은 다소 늘어지는 전개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스토리의 전반적인 완성도로 봤을 때, 신소음 작가는 확실히 솜씨 있는 작가라 할 만하다.

  스토리 외에도 탐정의 왕은 음악과 일러스트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게임성이란 측면에서는 많은 비판이 뒤따랐는데, 탐정의 왕은 추리라는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얼핏보면 역전재판이나 검은방과 흡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주얼 노벨 혹은 미연시에 가까운 컨셉으로 제작되었기에 앞서 언급한 게임들과는 플레이 방식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탐정의 왕 역시 역전재판, 검은방 등의 게임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증언을 듣고, 증거를 수집하여 진실을 찾는 방향으로 내용이 전개되진 하지만, 역전재판/검은방과 같은 게임들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유저 스스로가 추리를 하는 방향으로 내용 전개가 되는 반면, 탐정의 왕은 몇 가지 포인트만 잘 짚어내면, 등장인물들이 알아서 추리를 해주며, 정작 유저가 신경써야할 부분은 여러 가지 엔딩을 보는데 영향을 미치는 건, 각종 선택지들이다. 즉, 많은 유저들은 탐정의 왕에게 역전재판/검은방과 같은 게임을 기대했지만, 정작 탐정의 왕은 기존의 비주얼 노벨 혹은 미연시와 유사한 방식을 택한 셈인데, 애초에 유저들이 원했던 방향성과 개발자들이 추구했던 방향성이 다르기에 나타난 비판이기에 개발자들의 사정을 어느 정도 감안할 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이 정작 게임 상에 추리로 진행되는 요소가 적었다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출시 전 홍보가 부족했던 것인지, 탐정의 왕은 그리 화제가 된 작품도 아니며, 각종 모바일 스토어에서 인상적인 흥행 성적을 내지도 못했다. 또한 아무리 개발인력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출시 초반 각종 버그들로 인해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까지 만들어버렸고, 상단에 언급한대로 게임성이란 부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에서는 핵심이라고 할만한 스토리 쪽으로는 무척이나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스토리를 풀어내는 연출에 있어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앞서 짧게 언급한대로 음악이나 일러스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리하자면, 다소 아쉬웠던 게임성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며, 디앤씨게임즈는 탐정의 왕을 통해 많은 유저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우호적인 시선을 갖게 하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디앤씨게임즈가 앞으로 보여줄 차기작들에 대한 기대가 높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향후 다시 한 번 추리 계열의 작품을 만들게 된다면, 그 때에는 조금 더 추리라는 요소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게임을 구성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