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R 23권(완결) - 많은 아쉬움을 남긴 이경영 월드의 집대성

가즈 나이트R 23권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0년 시리즈 부활의 서막을 알린 가즈 나이트R은 시리즈 사상 최고 권수인 23권을 끝으로 출간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사실 22권까지 내용이 전개되었을 때, 슬슬 내용이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었고, 이로 인해 앞으로 2~3권 내로 완결이 날 거라 예측한 이가 많았기에, 출간 직전 이경영 작가가 23권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고 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와 동시에 마무리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 역시 많았는데, 지금까지 이경영 작가는 처녀작 가즈 나이트를 제외하고는 맨 마지막권에 이야기를 몰아치듯 마무리짓는 성향이 강했다. 즉, 이야기 상에 뿌려놓은 온갖 복선들을 마지막권에서도 반권 정도 분량이 남았을 때, 본격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하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마지막권 자체에 대한 몰입감은 높은 편이지만, 비밀이 풀린 시점에서 이야기를 끝내버리기에, 매번 작품을 급하게 마무리짓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노센트에서부터 이어져온 이경영 작가의 마무리 방식은 대체로 아쉽다는 평을 받았는데, 가즈 나이트R 역시 이러한 마무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마지막 결전을 앞둔 시점에서 가즈 나이트R은 지금까지 뿌려두었던 복선들을 급하게 회수하기 시작한다. 오딘과 하이볼크의 진정한 속내가 드러나고, 팬들이 염원해마지 않았던 7인의 오리지널 가즈 나이트도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피엘의 힘을 빌렸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윽고 나타난 아테네의 도움으로 정말로 짧았지만, 그들이 잠깐이나마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을 본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면 정말로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가즈 나이트R 최대의 반전 앞에 몰입감은 최대가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21권~22권에서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한 쉬프터 관련 내용에 이야기의 몰입감을 헤친다는 측면에서 조금 불만족스럽고, 이에 대해서는 22권 감상에서도 이야기한 바가 있다. 그런데 23권 출간을 앞두고 이경영 작가가 후반부 들어 쉬프터들의 이야기의 비중이 높아진 까닭이 있다고 하기에 과연 무엇때문이었을지 의문스러웠는데, 23권에서 마침내 드러난 진실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프라임 프라이오스가 리오 스나이퍼다. 이 진실이 드러나는 대목의 연출, 그리고 이에 따른 이야기 상의 여러 가지 복선들을 되짚는 과정은 그야말로 숨막혔다. BSP 때부터 이경영 작가가 보여주는 막판 반전에 높은 평가를 해왔는데, 가즈 나이트R에서 보여준 반전 역시 과연 이경영 작가다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특히, 많은 팬들이 가즈 나이트R의 강대한 적들을 보며 싸워서 이길 수는 있는 거냐며 의문을 표했는데, 그러한 의문들을 단 한 번의 반전으로 해결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실이 드러나고, 수준 높은 연출력을 보여준 것까지는 좋았으나, 진실이 드러남과 동시에 가즈 나이트 R은 빠르게 이야기를 마무리지어 버린다. 이번에도 역시 모든 진실이 드러났고, 이야기 자체는 깔끔하게 매듭지어졌으나, 23권을 끌어온 이야기를 이대로 매듭짓기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이경영 작가가 더도말고 이야기의 마무리 단계에서 반권만 더 욕심을 부려봤으면 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반권이란 이야기를 늘려달라는 관점에서가 아닌, 이야기의 마지막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반권이다. 이노센트 이후 이경영 작가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마무리 단계에서 칼같이 이야기를 끊어버렸다. 차기작에서는 칼같이 이야기를 마무리하기보다는 엔딩 단계에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반권 정도만 욕심을 부려보길 소망해본다.

 

  마지막으로 가즈 나이트R은 앞서 언급한대로 시리즈 사상 최고 장편일 뿐만 아니라, 이겨영 작가의 커리어에서도 가장 긴 작품인데, 사실 처녀작 가즈 나이트가 3부작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경영 작가가 10권이 넘어가는 소설을 쓴 건 가즈 나이트R이 처음이라 할만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실 가즈 나이트R은 중간중간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안겨주곤 했다. 특히 올림포스에서의 대전이 끝난 이후 20권대에 진입하기 전까지 이러한 성향이 심했는데, 이야기 자체가 늘어지는 것과 별개로 작가 스스로가 팬서비스 차원에서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요소들을 다분히 넣다보니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섀델 크로이츠나 레드혼의 이야기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잠깐 보여주고 지나가는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으나, 팬서비스 차원이라기엔 그 비중이 컸다. 특히 가즈 나이트R에서 조연급으로 활약한 키르히의 경우 이야기가 다 끝난 마당에 되돌아보면 굳이 키르히를 이야기에 투입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또한 23권이라는 기나긴 분량인데다가, 가즈 나이트-이노센트-리콜렉션-BSP-용제전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시리즈의 후속작이다보니 그야말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했는데, 문제는 정작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알차게 쓰인 캐릭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바이칼의 경우 최초 등장시 가즈 나이트R의 메인 스토리와 큰 관련이 없어 팬서비스 차원에서 얼굴만 비추고 등장이 끝날 줄 알았으나, 의외로 이야기 후반 파티에 참여한다. 그러나 파티에 참여까지 시킨 것치고 가즈 나이트R에서 바이칼의 비중은 슬프다 싶을 정도로 작았다.

 

  이경영 작가는 가즈 나이트R을 통해 가즈 나이트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써온 작품들의 집대성을 구상했던 것 같고, 그 의도는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창기 가즈 나이트부터 즐겨온 팬으로서 시리즈의 진정한 완결편이 언젠가는 나오길 바래왔기에, 어느 정도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성향을 가지고 내용을 진행시켜 온 가즈 나이트R에 대해 많은 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과는 별개로 가즈 나이트R은 시리즈가 끝난 시점에서 되돌아봤을 때, 이야기의 완성도라는 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하나의 이야기에 너무 많은 요소를 집어넣다보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 스스로 이러한 점들을 모두 제어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작품 전체의 너무 많은 사족이 생겼다. 작품 곳곳에 생긴 이러한 사족들을 줄이고 마무리에 조금만 더 힘을 기울였으면, 지금보다 더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가즈 나이트R은 어떤 작품보다도 많이 아쉬운 작품이다.

 

p.s

  최근 블로그 관리가 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여름 이후 뭔가 방전된 느낌이 들면서, 블로그 뿐만 아니라 꼭 해야할 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일을 등한시하고 몇 개월을 보내왔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새 블로그를 방치한 지 2개월 째가 되고 말았네요. 정신 차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