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시대:투신의 탄생 - 긴 호흡으로 인한 분량 조절의 실패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은 공중파에서는 오래간만에 선보이는 이른바 주먹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로, KBS에서는 200억이나 투자한 대작이라며 내심 좋은 성과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격시대는 극을 이끌어갈 원톱으로서 배운 김현중에게 가지는 기대치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제작진의 작품도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감격시대 방영 전 경쟁작 별에서 온 그대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었기에 방영 초반에 7%대의 시청률에 머물며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감격시대는 저조한 시청률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착실하게 매니아 층을 확보해나갔고, 그 결과 별에서 온 그대 종영 직후, 수목 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오르게 된다.

  이렇듯 감격시대가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수목 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주조연들의 열연에 있었다. 감격시대에는 이미 검증받은 배우들 뿐만 아니라 얼굴이 낯선 배우들도 여럿 출연하였는데. 이들은 수준 높은 연기력을 통해 감격시대가 별에서 온 그대 종영 이후 순항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특히 주인공 신정태 역을 맡은 김현중의 경우 이전작인 꽃보다 남자와 장난스런 키스에서 보여준 처참할 정도의 연기력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많이 낮았던 상황이었는데, 이런 우려를 단숨에 만회할 정도로 급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이제는 자신이 한 작품을 이끌어나갈 원톱으로서의 역량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주조연들의 열연 못지 않게 매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액션씬 역시 감격시대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주먹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감격시대는 매회 다양한 액션을 보여주었다. 비록 후반부 들어 생방촬영에 돌입하면서 초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격시대는 액션씬은 KBS라는 인식을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정도로 타 방송사에 비해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주조연들의 열연과 수준 높은 액션씬에 비해 스토리는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감격시대의 전반적인 스토리라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소 전형적인 느낌으로 흘러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영 초 신의주 편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도비노리를 배우는 과정이라던가, 상하이 편 돌입 이후 민족주의적인 시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려낸 한중일 삼국 주먹패의 대립 구도는 타 드라마와는 차별화되는 감격시대만의 강점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감격시대의 스토리에 아쉬움이 남는 건,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비중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감격시대의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감격시대는 비록 24부작이지만, 시대극이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아내고 있으니 일종의 대하 드라마로 감상해달라는 요지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감격시대는 어느 정도 대하 드라마의 성격을 띈 내용 전개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감격시대가 대하 드라마 특유의 긴 호흡까지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대하 드라마는 오랜 세월에 걸친 이야기를 방대한 내용에 걸쳐 그려내기에, 타 드라마에 비해서 비교적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드라마의 회수가 아무리 적어도 50회를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감격시대는 처음부터 24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로 설혹 연장방송을 하게 되었더라도 길어야 30회 정도에서 마무리가 되어야하는 작품이었다. 태생적인 한계상 감격시대는 대하 드라마 특유의 긴 호흡을 그대로 그려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감격시대는 적어도 내용의 중반부까지는 비교적 긴 호흡으로 내용을 풀어나갔고 이로 인해 이야기의 비중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신의주 편의 분량 조절 실패다. 1~9회 정도 분량에 걸쳐 진행된 신의주 편은 도비노리를 배우는 과정 등을 통해 여러모로 재미있는 장면을 여럿 보여주긴 했지만, 감격시대가 24부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긴 분량을 할애할만한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실제로 신의주 편에 등장한 인물 중, 상하이 편까지 모습을 비춘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신의주 편에서 상하이 편으로 넘어온 이후, 감격시대는 한중일 주먹패의 삼각구도를 형성하는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고, 삼각구도가 형성되는 내용 자체는 흥미로웠다. 문제는 정작 삼각구도를 형성하고나니, 남은 분량이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1회부터 매우 강력한 조직으로 묘사되었던 일국회는 이제 막 방삼통을 접수한 신정태에게 허무하게 몰락하고 만다. 이는 황방도 마찬가지로, 일국회 몰락 직후 몇 가지 무리수만 던지더니, 결국 신정태에 의해 꼴사납게 몰락한다.

 

  또한, 적어도 중반부까지는 강대한 인물과 일대일로 맞붙게 되었을 때, 이를 대비하여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그 준비의 결과로 힘겹게 상대를 제압해오던 신정태가 후반부 들어서는 가히 정태무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적들을 너무나 손쉽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분량 조절의 실패로 최대한 내용을 간결하게 진행해야하는 사정에서 나타난 어쩔 수 없는 내용 전개였을 것이다.

 

  이 밖에도, 분량 조절 실패로 후반부에 들어난 스토리의 아쉬움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방영 도중 유난히 구설수가 많았던 감격시대의 대외적인 조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테지만, 역시나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진 가장 큰 요인은 제작진의 분량 조절 실패다.

 

  감격시대는 오랜만에 주먹들의 세계를 그려낸 작품으로 민족주의적인 시각이나 정치적인 시각을 배제하고도 충분히 흥미로운 시대극을 그려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지만, 애초에 24부작으로 계획된 작품의 분량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중후반부 이후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진 안타까운 드라마다.